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월요프리즘/파이프오르간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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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2.12. 3)
월요프리즘 /
파이프오르간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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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오르간은 건반악기 중에서 유일하게 현(絃)이 아닌 파이프 또는 리드를 진동체로 하는 기명악기(氣鳴樂器)이다. 오르간이라는 명칭은 ‘기구’ ‘연장’ ‘도구’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오르가논(organon)과 라틴어인 오르가눔(organum)에서 비롯했다고 하며, 독일어로는 오르겔(orgel)이라 한다. 특히 파이프오르간은 건반을 통해 바람을 제어하고 파이프를 울려 소리를 내기까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악기이며, 원래는 소리를 내는 도구라는 뜻으로 “악기”의 총칭으로 쓰였으나 어느 시점에서 ‘많은 파이프로 이루어진 악기’를 일컫게 되었다.
오르간을 가리켜 좀 더 구체적으로 파이프오르간(Pipe Organ[영], Pfeifenorgel[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20세기에 들어서 등장한 ‘전자 오르간’과 구별하기 위해서이다. 전자 오르간은 연주대(console) 부분이 오르간과 유사할 뿐 전자기술을 통해 오르간의 음색을 칩(chip)으로 내장한 악기이다. 파이프오르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연주대와 파이프 그리고 파이프에 공기를 전달하는 송풍장치 등이고, 전기가 없었던 과거에는 풀무라는 장치로 오르간 뒤에서 힘센 남자 몇 십 명이 펌프질을 해댔었으나 요즘은 전기모터로 대신해 바람 공급의 안전성과 더불어 악기의 규모와 파이프 크기가 더 커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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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오르간은 악기 중에서 음역이 가장 넓기도 하며 가장 큰 파이프의 길이는 10m 이상까지 되기도 하고 몇mmm밖에 안되는 초소형도 있다. 피아노보다 세 옥타브 낮은 음을 낼 수도 있고 또한 네 옥타브 높은 소리까지 낼 수 있다. 이렇게 아주 높거나 낮은 소리들은 인간의 가청(可聽) 한계를 뛰어 넘는데, 실제로 아주 낮은 초저음의 파이프가 소리를 낼 때에는 귀로 들린다는 것보다 오히려 몸으로 느낀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르간은 음역의 이동과 음색의 변동이 아주 자유롭기 때문에 4차원적인 악기라고도 한다. 단선율을 연주하는 플롯이나 트럼펫을 2차원적인 악기로 본다면 화음을 낼 수 있는 피아노는 3차원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피아노의 경우 ‘도’를 누르면 그 소리밖에 안 나는데 파이프오르간에서는 ‘도’ 건반을 누르면 ‘솔’ 소리가 나오게 할 수도 있으며 옥타브 변동의 자유로움은 스탑(stop)을 자유자제로 뽑아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악기 중에서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는 첼로라고 하고 자연의 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는 바로 파이프오르간을 뽑는다. 자연의 웅장함과 번개치는 듯한 거대함 그리고 시냇가의 물 흐르는 듯한 잔잔한 소리와 때로는 낯간지러운 미풍(微風)을 느끼게 하는 여린 소리는 가히 악기의 왕이라 불리어지는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파이프오르간이 주로 큰 교회나 대성당에 설치되어 있고 미국의 워너메이커백화점이나 시카고 스타디움에 상업용의 고가로만 설치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용이치 않았다. 더군다나 이 악기의 전공자가 우리나라에도 1천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오르간 연주회의 발표는커녕 연습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홍성훈이라는 분이 1986년 독일로 넘어가 오르겔 제작에 입문해 마침내 97년에 오르겔바우마이스터의 자격을 득하고 귀국한 후 보급형 파이프오르간 제작에 정열을 불태워 오는 과정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마침 그동안 나는 88세 되신 어머니를 위해 생전에 무엇으로 보답해드릴까 생각 중이었다. 6·25전쟁 발발 후 그때 모두 그러했듯이 어머니께선 고향인 황해도에서 어린 나를 등에 업고 백령도를 거쳐 험한 피란길로 남하해 숱한 고생 끝에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분이다. 사후에 공적을 기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살아계시는 동안 무언가 즐거움을 드릴 궁리를 하고 있던 중 어머님 명의로 파이프오르간을 기증해보기로 했다. 반영구적인 오르간 하단에 어머니 존함 세 글자를 새기고 공공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을 즐긴다면 어떨까. 나는 즉시 오르간 제작의 계약을 하고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와 기증 기념식을 가졌다. 그때가 바로 작년 9월이었고 그 후 1년여 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쳐 마침내 최근 벅찬 가슴으로 중소기업DMC타워 로비에서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음악회를 겸한 연주회를 어머니와 아내 및 가족들 그리고 내빈들과 함께 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 전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로비에서 직접 이 파이프오르간의 음악을 듣고 치사를 해 주셨었는데, 다만 이러한 기증이 누군가가 계속 이어져 우리 모두의 삶과 여정을 풍부하게 해 주길 바랄 뿐이다.
2012년 12월 0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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