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대선 심리학(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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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1.28)
조우성의 미추홀 - 대선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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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샀던 케케묵은 '프로이트'를 다시 꺼내들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책꽂이 구석에 잠들어 있던 책을 깨운 것은 순전히 모 대학교수 때문이었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의 언행을 어찌 독해하면 좋을까 몰라 그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서였다고나 할까?
▶현직교수라는 이가 대선 후보를 향해 사회적 금기(禁忌)에 해당하는 용어를 거침없이 구사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 스스로 여성적 어조를 구사해 가며 애처롭게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 심리학 교수의 심리상태는 어느 지경에 와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설왕설래가 오간 후, '생식기' 논란이 잠잠해 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그 대상이 됐던 후보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 "오늘로 지난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눠왔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한 것이다. 그 직후 후보는 "아아, 제가 실수했습니다"고 번복했다.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실수했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그런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잘못말하기', '잘못읽기', '잘못듣기' 등을 '실수행위'라고 지칭하는데, 그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다 있다고 예리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보자. 독일에 한 차관이 있었다. 어느 날 인사발령이 났는데, 밑에 있던 차관보가 장관이 됐다. 며칠 후 차관은승진 축하연 자리에서 옛 부하의 승진을 축하하는 축배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의 말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여러분, 새 장관의 승진을 위해 '축배(anzustoben)'를 듭시다"라고 해야 할 것을 발음이 비슷한 '구역질(aufzustoben)'이라고 해 버린 것이다. 결국 "여러분 다같이 새 장관의 승진을 위해 구역질합시다"고 말했다는 얘기다. 이어 차관이 말실수였다고 사과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입으로 발설하지는 못했지만, 차관이 부하의 승진이 못내 꼴사나운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음을 쉬 읽을 수 있다. 그런 선상에서 보면,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란 말은 곧 '대통령이 이미 다 됐다'는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짚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선후보들과 TV에 나와 대리전을 치르는 정치평론가란 이들의 심리양상을 지켜보는 것도 무익한 일은 아닌 듯싶다.
/주필
2012년 11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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