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올해의 한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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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2.28)
조우성의 미추홀 - 올해의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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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를 장식하는 언론의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10대 뉴스'가 각광받은 적이 있었다. 희로애락이 점철되었던 뉴스로써 한 해를 반추해 보자는 의도였겠는데 근자에 들어 좀 시들해졌다. 정보의 다변화, 보편화, 즉시화로 구체적인 선정 내용 자체가 빤해졌기 때문이다.
▶그를 대신하듯 수년 전부터 등장한 것이 '올해의 한자' 선정 발표다. 이는 뉴스 자체가 아니라 그 한 해를 함축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자 한 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자가 지니고 있는 상형, 회의, 형성 같은 육서(六書)의 뜻을 따져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파자(破字) 놀이'와 같이 한자 문화권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문자 유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선정 주체는 각기 다르지만, 중국은 '몽(夢)', 일본은 '금(金)', 대만은 '평(平)', 싱가포르는 '색(色)을 내세웠는데, 우리나라 교수들은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는 사자성어를 택했다.
▶중국이 '몽'을 내건 이유는 런던 올림픽 2위, 우주 도킹 성공, 첫 항모 취역, 노벨상 수상 등 '중국의 꿈이 이뤄진 것'을 뜻한다는 설명이었다. '몽' 자를 흔히 '꿈꾸다'로 새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설문해자'는 '몽'을 '밝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들의 꿈을 더 두고 볼 일이다.
▶일본의 '금'은 금환 일식, 노벨상 수상, 런던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이 '금자탑'을 이루었다는생각에서라고 한다. 설문해자가 '금'은 '녹슬지 않고, 백 번 담금질해도 줄지 않으며 모양을 바꿔도 어긋남이 없다'고 했는데, 일본이 과연 그런 '성정(性情)'의 나라일까 의문이다.
▶대만의 '평'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 '평화나 공정함을 희구하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고, 싱가포르의 '색'은 성 스캔들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사회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이는데, 우리 교수들은 사자성어를 내세웠다. 그게 '온 세상이 다 흐리다'는 뜻이라니 좀 어리벙벙해진다.
▶굳이 '사자성어'를 택한 것부터가 상상력의 부족으로 보인다. 상징성 찾기보다는 중국 고사의 배경설화 알기에 기대고 있는 점이 그렇다. 선정에 참여한 교수들에게는 세상 궂은 일만 보이고, 런던 올림픽 4위, GCF 인천 유치, 수출 1조달러 달성, 김연아의 세계 우승, IT산업의 약진, 세계 일등 인천국제공항, 싸이 열풍 등은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주필
2012년 12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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