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의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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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2.12. 3)
조우성의 미추홀 -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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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먼 옛날 어느 분이/내게 물려주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6·25전쟁 직후 한때 인천중학교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쳤고, 훗날 인하대 부총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던 조병화 시인의 시 '의자(椅子)' 전문이다. 이 시의 화자(話者)는 의자의 주인이다. 언제부터인가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의자에 앉아 세월을 견뎌낸 나이든 인물이다.
▲그는 인생의 긴 여정에서 돌아와 이제 지난날을 반추하면서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를 누구에겐가 물려주어야 한다는 승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영원히 의자에 앉아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 의자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세월들의 때가 밴 '묵은 의자'이지만, 화자는 물려 줄 대상은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 다시 말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신세대라고 지목한다. 정든 '의자'에 연연하지 않고, 기꺼이 그것을 비워드리겠다는 진술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공간으로서의 '의자'는 다양하게 비유될 수 있다. 역사나 전통의 소임으로 떠올릴 수도 있고, 요즘의 분위기에 비추어 봐서 '자리'로 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최근의 '자리 다툼'은 수준이 한 차원 아래로 보일밖에 없다.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서로 앉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의자를 비워 드리겠다'는 겸양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에 따라 밀려난 '패자'가 생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집단이 강요하는 '권력의 숙명'인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듯, "권력자는 한 사람이어야 한다. 권력이 복수의 인간에게 분산되어 있는 것만큼 해로운 것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 그 극단에 조선의 사도세자가 있고, 로마의 시저가 있다. 권력은 그렇듯 '독점의 미약(媚藥)'인 것이다. 하물며 가치와 이념를 공유치 못한 처지에 한 의자에 둘이 앉으려 했으니 사단이 날밖에 없었다.
/주필
2012년 12월 0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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