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박경훈(70회) 특별기고 /학교와 나무(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12.11.12)
특별기고 /
학교와 나무
/박경훈 인천국제고 교장
![]() |
▲ 박경훈 인천국제고 교장
지난 여름 산림교육원에서 이수한 ‘교원산림교육과정 연수’는 평소 학교장의 주된 업무 중의 하나인 학교 조경관리에 매우 유익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관심은 있었으나 체계적인 지식을 얻지 못해 책을 보며 대충 공부하던 분야의 연수를 접하게 돼 매우 흥미로웠고, 산림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강사들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후의 황폐한 붉은 산을 기억할 것이다. 일제의 군수물자 마련을 위한 남벌 피해에 더해 땔감이 없는 국민들이 산에 남은 낙엽까지 모조리 채취해 우리 산하는 온통 시뻘건 민둥산이었다. 그 어려웠던 시절,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때에 식목일을 제정하고 전 국민이 산림녹화에 매진했던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림조성 성공국가로 UN으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됐고, 이제는 다른 나라의 산림조성을 도와주는 나라가 되기까지 했으니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2008년 산림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선 수원함양 혜택이 18조 원, 대기 정화 16조 원, 토사유출 방지 13조 원, 산림휴양 11조 원, 야생동물보호 1조 원 등으로 국민 1인당 151만 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하니 만약 산이 없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것이며, 특히 국토의 65%가 산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 산림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숲은 ‘천연 에어컨’이라고도 한다.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올 여름에도 광릉 국립수목원 기온은 도시보다 평균 4도 낮았다고 한다. 나무들이 광합성을 하느라고 땅 속에서 빨아올린 물을 잎 숨구멍으로 증발시키는 증산작용을 한 덕분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도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밀집한 강남 3구보다 북한산 자락 평창동 일대가 4.3도나 낮았다고 한다.
나무와 숲에 대한 선인들의 명언 중에는 일찍이 프랑스의 낭만파 문인 샤토 브리앙이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라고 설파한 적이 있는데, 지금 살펴보면 인류의 4대문명 발상지가 지금은 모두 사막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관자(管子)는 권수(權修)편에서 ‘十年樹木百年樹人(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이라고 했는데 오늘날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의 어원이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목재교실이 사라진 데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됐던 일본에서는 오끼하라 교수(1985년)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학교 교사, 뛰어놀고 활동할 공간이 없는 좁은 교정이 학생들의 공격성과 파괴성을 증대시킨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이후 학교 시설에 목재사용을 권장하고 1991년까지 140여 개의 교사를 목재 건물로 신축했더니 목조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허위성(거짓말)척도, 불안 경향, 공격성, 우울함, 변덕스러움, 열등감, 신경질, 정서 불안정 등이 철근 콘크리트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목재가 시각과 청각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심신의 피로를 줄여줄 뿐 아니라, 삼림욕 물질인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어 나쁜 냄새를 없애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작년에 인천국제고에 부임한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기 흉한 나무들을 전지하고 전정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게 하고, 교정 곳곳에 장미·베고니아·코스모스·해바라기와 각종 야생화를 심어 학교에 1년 내내 꽃이 피게 했다. 그리고 가을에 벚나무·느티나무·배롱나무·산수유나무·영산홍 등을 심었더니 올 봄에는 계절에 맞춰 꽃이 피고 그늘을 만들어 주어 학생들이 나무그늘 아래에서 책도 읽고, 낙조를 바라보며 사색에 빠져도 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는 쉼터가 돼 학생들의 정서적 환경조성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정문에 학교의 교목인 소나무 동산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푸른 학교를 만드는 데 더욱 힘써 봄에는 흰 이팝나무 꽃, 여름에는 붉은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며 행복해 할 학생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학교의 꽃과 나무들을 돌보고 있다.
2012년 11월 12일 (월)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