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특별기고/두 번째 시험 도전 이야기(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0. 4.21)
두 번째 시험 도전 이야기
/이기문 변호사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합격수기를 쓴 일이 있었다. 힘들게 합격한 과정을 써달라고 하는 고시연구사의 간곡한 요청을 물리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합격기를 읽고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한 후배들로부터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었다. 이에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고 이에 성공한 경험을 알리는 것은 큰 도전이든 작은 도전이든 우리의 생명이 있는 동안은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나누기 위해서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맞는 일이다. 변호사로서 생활한 세월만 35년이 됐는데, 나이도 들어가고, 이제 살 만큼 살았다는 생각도 내 몸을 감싸는 나이가 됐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누군가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소개했다.
그래서 이 나이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을 해보면 뭐 하겠냐 싶어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의 오락가락을 지적하면서 현실의 부동산 제도와 정책을 알려면 부동산 공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권유했다. 나이 들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기억력의 문제도 있고, 체력 문제도 있으며, 주경야독을 해야 하는 형편상 문제도 있었다. 사무실 일도 만만치 않아 더욱 그랬다. 마침내 결심을 했다. 도전을 해보기로….
그리고 사무실 직원이 권유하는 동영상 강의 업체에 등록을 하고, 기본서를 읽어 봤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기억력의 현저한 감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민법 과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부동산공법은 정말이지 양이 많았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동안 실무를 하면서 보지 않았던 법률지식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다. 세법도 만찬가지이고, 등기법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학개론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인중개사법령도 생각했던 것보다 암기할 내용들이 많았다. 낮 동안 근무를 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 책을 읽어 나가면서 새로운 기억의 세계 속에 새로운 지식을 채워 넣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이왕에 목표를 정했으니까 해보자는 생각을 굳혀갔다.
시험 하루 전날엔 아예 출근을 하지 않고 마지막 정리를 했다. 하지만 절망감이 들었고,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옛날 사법시험 준비 시절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 공포감이 들었다. 사법시험은 어려운 시험이니까 떨어져도 별 문제 안 됐지만,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떨어지면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떨어지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공포감은 더했다.
시험 당일, 부동산학개론을 먼저 풀었는데, 계산문제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막혔다. 그리고 이어진 민법 시험에는 시간이 없어 나중에 문제를 읽어 보지 않고 찍은 문제만 해도 5문항이나 됐다. 그리고 오후에 치러진 2차 시험에는 공법이 생각하지도 못한 문항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시험출제위원들의 의식이 잘못된 탓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중개사 시험에 내야 할 기본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보지도 못한 지문들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험은 언제나 그렇듯이 냉정한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과락을 받았다는 생각에 여기서 도전을 포기할 생각을 했다. 지난 9개월 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떨어진 것으로 이야기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2주일 정도 지나면서 은근히 화가 치솟았다. 시험 준비기간이 짧기는 했어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아무도 모르게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모 학원에 다시 등록했다. 동영상 강의 등록이다.
그리고 착실하게 강의를 들어 나갔다. 마침내 발표일은 11월 27일이었다.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카톡 문자가 날아 들었다. 1차시험에 합격을 했다는 희소식이다. 그래서 Q-net에 접속을 하려고 시도했다. 1차 합격만이라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접속해 1차 시험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인데, 2차 시험에도 합격했다는 카톡 문자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계속해서 날아 들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과락을 한 과목이 있다고 생각했는데…2차 합격이라니….
Q-net에 접속해 성적을 알아봤는데, 평균점수는 모두 60점을 넘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과목에서 점수가 45점이 나왔다. 평균점수가 60점 이상이면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합격하는 시험이다. 뜻밖에 합격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윽고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니 내 수험번호가 있었다. 마침내 합격을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합격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법조시장에서 살아온 나에게 중개시장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직원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가족들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모두들 내 일처럼 기뻐해주고 축하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법률시장을 경험했으니, 이제는 중개시장에 진출을 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보다 더 질 높은 권리분석을 통해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작지만 나름대로 소중한 결실을 맺은 것이 다행스럽다. 도전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0.04.21
기호일보, KIHOILBO
댓글목록 0
이기영님의 댓글
선배님의 도전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몸은 78회(올해 벌써61세 환갑이라는데) 70회시면 연세하여 69세 이신데
중개사 시험지의 글자 판독에도 안구가 급회전 좌우로 돌출하셨을 텐데....축하합니다, 공인중개사 시험 통과를 ...ㅉㅉㅉ
총동창회장님의 댓글
이기영 동문,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네...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사는게 참된 모습이 아니겠나? 축하하는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