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칼럼]/깨어 있어야 나라가 있습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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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21. 3.10)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사회가 되었고,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 펜데믹 상황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인류를 낯선 세계로 이끌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미 가진 사람은 더 좋은 정보와 기회를 얻고, 없는 사람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쉽게 돈을 번다.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되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도 밝고 희망찬 소식 또한 들려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해마다 연말이면 실시하는 '사랑의 탑' 캠페인으로 들어온 기부금이 작년에 비해 50% 이상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가 역병으로 신음했다. 경제·사회·교육·문화 및 모든 분야가 어려움에 처했다. 실업자와 소상인들의 어렵다는 한숨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온 나라 사람들이 어제의 확진자 수를 확인해가며 아침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사랑의 탑이 예년에 비해 50%나 올랐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이 고난 앞에서 더욱 단단해졌던 역사와 함께 우리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이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점은 더욱 고무될 만하다. 이 운동을 이끈 지도자들과 직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여기에 뜨거운 마음으로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느낀다.
칭찬할 일은 또 있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2021.3.5)에 따르면 인천 지역 기업인 포스코가 지난 2018년에 3100억원으로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리튬염호(소금호수)의 가치가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3년 만에 가치가 약 100배 뛴 것이다. 이처럼 가치가 급등한 까닭은 리튬 매장량이 당초 인수할 때 추산했던 것보다 6배 이상 더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최근 전기차 등 IT전자산업 분야에 필요한 전지제작에 필수적인 리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병이 세계를 휩쓸어 사망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만하더라도 사망자가 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베트남전쟁, 중동전쟁에서 전사한 병사 수보다 많다고 한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의료진이 쉴 새 없이 계속되는 밤샘근무 속에서도 잘 버텨주었고, 국민 모두가 군말 없이 인고의 시간을 참고 견디며 방역에 적극 동참했다. 전 세계가 우리를 바라보며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이 우리를 이처럼 칭찬하고 부러워한 적이 또 있었던가.
우리는 한다면 하는 민족이다.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절망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능력을 스스로 낮춰 평가해서도 안 될 일이다. 흔히 조선왕조(1392~1910) 오백년(518년간 지속)이라고 하는데, 고려왕조(918~1392) 역시 474년간 지속되었다. 두 왕조 모두 5백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고려가 조선보다 단지 44년 적을 뿐이다. 고려왕조 500년간 중원 대륙에는 세 개의 강대국이 있었다. 중국이 자랑하는 당(唐, 618~967)보다 경제력 면에서는 7배가 넘었다고 하는 경제대국 송(宋, 960~1279)이 있었고, 그 위쪽으로는 요(遼, 916~1125)가, 서쪽에는 서하(西夏, 1038~1227)가 있었다. 훗날 요나라를 멸망시킨 금(金, 1115~1234)에 이어 금나라를 멸망시킨 원(元, 1271~1368)제국이 세계 최대 판도의 제국을 일으킨다.
요와 금, 원나라는 모두 등자를 밟고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당기는 최첨단 전투기술을 지닌 군사강국이었다.
금나라의 장중가(張仲軻)는 당시 중국의 주변 정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본 왕조(金)의 영토가 비록 크기는 하지만 천하에는 네 명의 군주가 있습니다. 남쪽으로는 송나라가 있고 동쪽으로는 고려가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서하가 있으니 이 나라들을 하나로 할 수 있다면 금나라가 진정으로 큰 나라입니다.”
지금껏 '고려'하면 허약한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이처럼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1126년 금나라는 송나라를 침공해 수도인 개봉(開封)을 점령하고 휘종(徽宗), 흠종(欽宗) 두 황제를 잡아갔다. 송나라 종실과 백성, 지식인들은 지금의 항주로 망명해서 나라를 세웠으니 이것이 바로 남송(南宋)이다. 남송은 이후 152년을 더 유지하다가 원나라에 멸망당한다.
고려 역시 몽골(원나라)에 저항해 수도 개성(開城)을 포기하고 강화(江華)로 피신해 39년 간 저항했다. 지금의 중국은 56개 민족(55개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는 연변조선족도 200만 명이 포함되어 있다.
고구려, 고려 이후 아시아에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명멸(明滅)했으나 우리만이 독립국가로 우뚝 섰다. 지금 중국 국민이 된 55개 소수 민족 역시 과거에는 모두 하나의 국가였으며 독립된 민족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민족이 독립을 잃고 모두 중국의 일부가 되었다. 당시 국제 정세와 현재는 무엇이 다른가? 당시 고려가 처했던 국제정세와 교역관계, 문화, 정치,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조금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깊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일이다.
세계 강대국들은 저마다 앞세우는 표어와 달리 그 정치적 실상은 자국 중심주의로 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국가(國歌) 가사를 살펴보면 “나의 조국”, “내가 피 흘린 땅”, “조국의 파수꾼”, “나의 민족”, “단결하라!”, “영원하라!”, “위대한 나라” 같은 단어들과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국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상 지금의 가파르고 모진 세계정세가 쉽사리 호전될 리 없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는 보다 유연하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오는 일화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독립기념일에 한 학생이 선창으로 “나는 이 땅에 집을 지었네”라고 노래하면 모두 따라서 합창하고 그 다음에 이어서 한 학생이 “나는 이 땅에 나무를 심었네”라고 하면 그 노래를 또 따라 부르고, 다른 학생이 “나는 이 땅에서 시를 지었네”라고 부르면 계속해서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돌림노래를 계속이어 부른다고 한다.
생활하기 힘들고, 취업하기 어려운 나머지 마음마저 오그라든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과 정서를 일깨울 수 있는 교육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념적인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깨어 있고, 청년이 깨야 있어야 나라도 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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