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아침 창가에서] /내려올 때 보이는 꽃(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21. 1.13)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장
너무도 힘들고, 어렵고, 무서웠던 경자 년이 지나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로 내 나이가 70이 되었다. 인생70이 되고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인생70 '고래 희' 라고 했는데, 장수시대인 요즘에는 인생70 '고래 흔' 이 되었다. 70년 전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철없던 아이가 학생이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 공무원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아버지가 되고,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40여년의 공무원을 하면서 그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정차역이 없는 기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길, 뒤도, 옆도 보지 않고 달리다보니 70역이라는 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70역에 내려 보니 세상도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다. 어제는 7살 손자가 내방에 들어와서 나의 젊은 시절사진을 보면서 할아버지 이 사진이 할아버지 젊은 때 모습이야? 하고 물어보면서 젊을 때는 너무 멋있었는데 지금은 늙었네? 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멋있지 않느냐? 라고 하니까 아니라고 한다. 어린 아이 눈에도 나의 모습이 많아 변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래 세상이 변한 것처럼 나도 많이 변했고, 늙어버렸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거나, 후회하거나 미련은 없다.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데 아니 벌써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쉼 없이 달려온 지나온 70년을 회상해본다. 자랑할 것도 없지만 부끄럽다거나, 아쉽고, 후회 할 일도 없다. 장수시대에 70세라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지만 인생70이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이다.
70년의 삶을 산다는 것은 수많은 일들을 겪어야한다. 보통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거기에 더하고 싶다. 산전, 수전, 공중 전 뿐만 아니라 산전, 수전, 공중전, 시가전, 개인전, 특수 전, 육박전, 백병전, 게릴라전, 화생방전, 파병 전, 민방위전, 홍보전, 의원 전, 그리고 지금은 더 무서운 코로나 전까지 다 치러야 한다. 이제 공직자로서의 인생1막과 10년을 모든 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희망교육연구소장이라는 2막을 마치고, 인생3막에 왔다.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고 하는데 그동안 쉼 없이 열심히 앞만 보고 왔다면 이제 인생3막은 멈추기도 하고, 뒤도 돌아보고, 옆도 보면서 천천히 가야겠다. 오를 때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고 하니까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아래도 내려다보고, 옆도 보고, 올라갈 때 보지 못하던 꽃도 보면서… 꽃도 천천히 보고, 오래보아야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많은 사람들은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미련을 갖지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더 잘 살 자신도 없고, 큰 욕심도, 미련도, 후회도 없다. 이제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나의 남은 인생의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 지난세월을 회상하고, 반성하면서 내려갈 길을 생각해야겠다. 비행기가 스스로 내려오면 착륙이지만 잘못해서 떨어지면 추락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서서히 내려올 준비를 하면서 지금까지 나 중심으로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주변을 둘러보는 삶을 살아야하겠다. 그래서 이 세상 마지막 날에 자식들이 이순신, 세종대왕, 소크라테스, 간디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아버지를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싶고, 주위의 몇 사람이라도 그래 그 사람 열심히 살았고, 좋은 사람이었어, 라고 하면서 슬퍼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가장 행복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내 나이70이 되는 신축년을 환영하면서 그동안 받아온 모든 것에 감사 하고, 군대에서 제대할 때 사용했던 물품들을 반납하듯이 내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반납해야할지를 생각하면서 인생3막을 시작해야겠다.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장 colum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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