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정치적 책임의식이 필요할 때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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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1. 1. 8)
정치를 ‘애정남’이라고 한다.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의 준말이다. 정치란 애매한 것들 사이에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란 뜻이지 정치를 남자만 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가 늘 무언가를 정하기만 해서는 문제가 많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이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게 정치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우리가 맞닥뜨린 진실은 너무나 불편한 것이었다. 경자년이 저물고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어도 새해를 맞는 기쁨보다 고통의 한 해를 보냈다는 느낌이 더 크다. 기대와 희망을 말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버겁다. 지난해 겪은 코로나19 고통과 우리 사회 내부에 도사린 숱한 불편한 진실들, 극단적인 대립, 이 갈등을 풀어야 할 정치권의 비효율과 무능, 그리고 무책임이 겹치고 겹쳤기 때문이다.
2020년은 그야말로 코로나19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자들에게도 코로나19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확진자 1천여 명이 훌쩍 넘었다. 법무부는 "전수조사를 건의했었다", "마스크를 지급하지 못한 건 예산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혹자는 죄짓고 감방에 들어간 자들이니 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른다. 인권 운운하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구치소 관리를 잘못했다는 책임 있는 소리는 안 들린다.
지난해 2월 중국 산둥성 보건당국은 런청교도소 수감자 200명과 직원 7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이때 관리 책임을 물어 교도소를 관할하는 산둥성 사법청장 등 8명이 해임됐고, 중국 최고지도부는 검찰·경찰·사법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런청교도소로 급파했다. 엄중한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3월 관영 매체를 통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팀은 "교도소라는 환경의 민감성을 인식하지 못해 관리에 소홀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교도소의 늑장 보고, 감독 기관의 형식적 대처와 관료주의를 사태 원인으로 지적했고 검찰은 산둥성 교도소관리국 부국장, 런청교도소 소장과 부소장 등 5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보다 감염자 수가 적었던 다른 중국 교도소들도 책임자가 해임됐고, 감독 부서는 조사를 받아야 했다. 더하여 중국 당국과 법조계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된 수감자가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는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죄를 짓긴 했으나 국가 권력에 의해 밀폐된 환경에 갇혔던 만큼 국가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 하는 논의다. ‘공산당 일당독재국’,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에서도 이 정도의 책임에 따른 조처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거늘. 불확실한 대외 관계,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안보를 지켜야 하는 무거운 과업이 있고, 경제 또한 마이너스 성장을 뒤집고 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터에 경기 회복의 절실한 소망은 민생의 최일선에서 시급한 과제가 됐고, 가파른 상승으로 서민을 절망케 한 집값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판국. 참으로 난리가 중첩이다.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체는 정치권이다. 그런데 대립과 분열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경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마치 봉건시대 칼잡이나 된 듯이 객기 어린 말을 주고받으며 치고받은 일도 아직 기억이 생생한데. 한 산악의 리더십에 관한 대답이 있었다.
"언제 올라갈지를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 하산할지를 결정하는 일. 수년간 준비해서 정상 정복 일보 직전에 내려와야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일단 올라가 보자는 사람이 있어도 여기서 중도 포기하자는 말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 나라고 정상에 오르고 싶지 않겠냐. 그러나 사람들 목숨이 그 순간 내 결정에 달렸다. 다음에 다시 오자! 허탈해하는 대원들을 다독거려 내려와야 한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목표도 성취감도 없기 때문이다. 베이스캠프에 내려오면 기진맥진한다. 그때 정상 정복만 생각했던 대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모두 살았다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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