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종헌 한양대 겸임교수[문화산책] /구도(球都) 인천이 맞나요?(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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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20.11.13)
[문화산책] 구도(球都) 인천이 맞나요?
/이종헌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지난주 막을 내린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인천고 야구부가 영광의 우승을 차지했다. 봉황대기 역사상 첫 우승이며, 16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침체되어 있던 지역사회에는 큰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인천 스포츠계에도 멋진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필자에게는 1970년대 말 고등학교 재학 시절 라디오 주파수를 돌려가며 고교야구 중계방송을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대단한 야구전문가인양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기호로 이닝별 선수들의 동작을 노트에 적어가며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목소리에 집중하기도 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인천하면 '구도 인천', '야구의 도시 인천'이라고 할 정도로 '야구'로 통한다. 지역 야구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야구에 대한 애정과 구도 인천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는 대한민국 야구사에서 인천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문헌에도 나와 있듯이 인천은 1983년 개항과 함께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순수한 한국인들로 구성한 최초의 인천 야구팀인 '한용단'이 만들어졌고, 현재 제물포고 자리인 웃터골운동장에서 야구경기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1947년에는 4대도시 대항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인천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1970년대까지 인천고와 동산고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고교야구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제물포고 야구부도 창단됐는데, 현재 이들 3개 고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인천야구사를 써나가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전국고교야구대회도 있었다. 2005년도부터 2012년까지 열렸던 '미추홀기전국고교야구대회'인데, 우수 야구선수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프로야구도 '구도 인천'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도원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삼미슈퍼스타즈가 초라한 성적으로 팬들에게 외면당하고 4번이나 연고팀이 바뀌는 수난을 겪었지만, 2000년 지금의 문학행복드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SK와이번스가 창단되고 수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구도 인천'의 명성은 확고부동해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2000년대 중반 부산이 '구도 부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트의 독특한 응원문화가 관심과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국민들 역시 구도 부산을 믿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기 있는 프로구단을 둔 것만으로 '구도'의 타이틀을 가져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인천은 우리나라 야구의 발상지다.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고증됐다. 인천고, 동산고 등 과거 야구명문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돼 오고 있다. '구도 인천'이 맞다
이번 인천고 야구부의 봉황대기 우승을 계기로 '구도 인천'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폐지된 전국고교야구대회를 부활시키고,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 각종 자료를 모아 야구박물관을 유치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동산고 출신 류현진 선수의 마케팅도 인천시 차원에서 더욱 활성화했으면 한다. 고교야구팀도 1팀 정도 더 창단하고, 부산갈매기를 외치며 일명 '떼창'을 부르는 부산의 응원 문화도 벤치마킹해서 더 이상 '구도 인천'을 넘볼 수 없도록 관계기관과 시민이 뜻을 모아 가기를 희망한다.
2020.1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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