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전 총동창회장/[매경춘추] 시간과 공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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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매일경제(21. 3.25)
[매경춘추] 시간과 공간
농구는 한마디로 시간 경기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훈련의 강도가, 감독의 역량이 어떻든 간에 농구의 결판은 길이 28m, 너비 15m의 규정된 코트 내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활이 걸린 경기라 해도 1쿼터 10분씩 4쿼터로 진행되고 매 쿼터마다 2분의 휴식 시간과 15분간의 하프타임, 여기에다가 감독이 작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작전 시간이 1분씩 5회에 걸쳐 각 5분, 이렇게 되면 상대편도 5분이 허용되니 총 10분이 소요된다.
초반 1·2쿼터에 승기를 확실히 잡은 후 그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적당히 선수들의 페이스를 잘 유지해가며 경기를 운영해야 하고, 또 감독은 선수들의 전열이 흐트러지거나 허점이 보일 때 재빨리 작전 시간을 요청해 전·후반 사이 15분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4쿼터 10분은 그야말로 금쪽같이 활용해서 마지막 순간의 대미를 장식할 때 비로소 승리를 맛볼 수 있다.
따라서 중대한 경기를 끝내고 단 1, 2점의 안타까운 득점차로 패배했을 때는 초반에 왜 그렇게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던가, 중반에 왜 그렇게 느슨한 경기를 했던가, 왜 끝에 가서 사력을 다해 밀어붙이지 못했는가…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은 혀를 깨무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경기는 끝난 것이다.
"1분 아니 10초라도 더 준다면" 하는 염원이 있어도 이미 흘러간 물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이와 같은 경기들을 2013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단장으로서 선의의 경쟁이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장을 보아왔다. 때론 아쉬움과 분함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때론 벅찬 승리로 애국심에 도취되기도 한다.
그렇다. 이런 시간의 엄정성과 공간의 한계성이 어찌 농구라는 경기에만 한정되겠는가. 우리 인생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각자에게 주어진 수명이라는 시간과 사회나 가정이라는 공간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는 제한경기라 할 수 있다. 신은 비교적 100년 미만의 비슷비슷한 시간을 인간에게 주었고 재능도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나누어 주었지만 어떤 분은 짧은 생애 속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떠나가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반칙만 하다가 경기도 다하지 못하고 퇴장당하는 선수처럼 일찌감치 사회에서 격리되기도 한다.
우리 민족에게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성이 있다. 원래 한민족에게는 한반도라는 아름다운 코트를 쓸 수 있도록 마련이 되었음에도 현재는 남북이 넓지 않은 코트를 그나마 반쪽으로 나누고 인위적으로 경기장을 줄인 채 옹색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또한 2018년 7월 당시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방열 회장과 박한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허재 감독 등 선수단으로 꾸려진 남녀농구 국가대표팀이 평양에서 북측팀과 열띤 친선경기를 한 이후 이어지기로 했던 서울에서의 교차 경기는 지금까지도 연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따라서 남북이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고 추후 일정을 합의해 이미 약속된 경기를 통해서라도 서울에서 펼쳐지는 응원 함성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입력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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