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쪼개기, 차명 거래, 원정 투기, 셀프 보상 등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기를 둘러싼 각종 용어가 현기증 날 만큼 요란하다. 거액을 벌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큰돈을 투자한 이들의 행태는 마치 매승(枚乘 : 서한 시대)이 쓴 ‘칠발(七發)’이라는 글의 음식 이야기처럼 다채롭다. 푹 익힌 곰발바닥(雄掌), 표범의 태, 꿩고기, 송아지의 부드러운 살, 개고기탕, 잉어회, 난꽃으로 빚은 술 등등. 매승은 여기서 이런 요리들은 음식 맛이 달고 향기롭고 기름져서 ‘장부를 썩게 하는 독(毒)으로 변해 즐기는 사람을 해칠 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나 지금이나 곰발바닥 요리는 미식으로 유명해 첫째로 꼽을 수가 있을 듯하다. 웬만해서는 먹어보기 어려워 맹자도 "어물도 내가 원하는 바요, 웅장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해 얻을 수 없다면 어물을 버리고 웅장을 택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어물보다 곰발바닥 요리를 취하는 건 인지상정. 유향(劉向)은 「신서(新序)」에서 상나라 주왕이 "곰발바닥 요리가 푹 익지 않은 데 화가 나서 요리사를 죽였다"고 했고, 각종 문헌에서도 곰발바닥 요리는 진기하고 귀하다는 기록을 무수히 남기고 있다.
심지어 초나라 성왕은 반역해 자신을 감금한 아들에게 "내 곰발바닥 요리만 먹을 수 있다면 죽어주겠다"며 간청했다는 얘기까지 사서에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들은 부왕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곰발바닥을 푹 삶으려면 시간이 걸려 혹시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있었겠으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있고. 곰의 앞발을 요리해야지 뒷발은 별로였다는 사실.
야생 곰이 꿀을 좋아해 앞발로 벌집을 따서 먹을 때 꿀이 앞발에 잔뜩 묻고 이걸 거듭해 그야말로 곰이 앞발바닥이 로열젤리에 절었고, 이를 요리하면 향기도 좋고, 맛은 물론 영양에도 일품이었다. 허나 이것도 과식을 하면 오장육부를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데서 매승은 공자의 음식 습성을 은근히 칭찬한다.
공자의 음식 습성? 우리는 흔히 ‘거친 밥을 먹고 물마시며 팔베개 하고 누워도 즐겁다’는 소박한 공자의 입맛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공자는 술도 엄청 좋아했고 제대로 조리된 요리가 아니면 먹지 않았으며, 음식에 알맞은 장(醬)이 없어도 수저를 들지 않았으며, 고기 요리를 썰어 놓은 것이 방정(方正)하지 않아도, 또 길가에서 파는 고기나 술은 결코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하면 믿을까?
공자의 까다로운 입맛도, 또 요리를 택하는 사례도 여러 형태다. 심지어 공자는 요즘으로 말하면 한 번 술자리에서 100잔을 마실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술은 일정한 양이 없으셨는데(唯酒無量),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고, 육류를 좋아하며 즐겼으나 요리사의 칼질 솜씨가 엉성하여 삐뚤삐뚤한 모양으로 만들면 드시지 않았다(割不正不食)"고 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는 마치 옛날 일반 백성들은 평소에 고기를 먹기 어려웠으나 벼슬아치들은 늘 고기반찬을 즐겨 ‘육식자(肉食子)’라고 비웃으며 성토했던 모습까지도 연상시킨다. 예부터 여덟 가지 진기한 요리라고 해서 ‘팔진(八珍)’이라며 높이 치세웠던 낙타의 육봉, 곰의 발바닥, 사슴의 입술 요리는 오늘날 의학적 입장에서 보면 혈중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높여 건강을 해칠 수 있기에 그야말로 평생 몇 번 먹어볼 진미였지 상식(常食)하면 탈이 나기 마련.
수십 차례 땅 투기에 수십 채 아파트 투기도 모자라 친척·친구·이웃까지 손을 뻗쳐 쪼개기하고 차명하고 또는 이익 나누기를 서슴지 않다가 마침내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의 강모 씨 경우에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모두가 부(富)를 원한다. 아니 돈벼락이라도 맞아 보려 투기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렇다고 범법이나 탈법을 다반사로 하는 그들에게 직업윤리나 근본을 말해 봤자다. 이제 엄정한 수사로 아낌없이 철퇴를 내리는 결말뿐.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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