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전 총동창회장/ [매경춘추] 기부는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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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매일경제(21. 3. 17)
[매경춘추] 기부는 투자다
[이경호 KBCSD 회장·영림목재(주) 회장]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생활하는 홀몸 노인이 코로나19 대응 기부금으로 100만원을 전달해온 적이 있었다. 작년 8월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하자 수재민을 위해 100만원을 또 보내왔다. 나눔이란 풍요의 결과가 아니라 더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임을 보여주는 경우다.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여름 인천대한적십자사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2200명의 여성 청소년에게 여성용품 6개월분을 제작해 전달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물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다. 헌혈자들이 헌혈하고 나면 헌혈 기부권이라는 것을 받는데, 이것을 사용하지 않고 본인 보상까지 기부함으로써 용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포장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이때 또래 청소년적십자(RCY) 친구들이 일일이 예쁘게 포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자청했다. 토요일 오후에 200명이 넘는 학생이 찾아와 반나절 넘는 봉사를 통해 땡볕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진한 감동을 느꼈다.
우리 일행 11명은 3000세트의 어린이용 학용품을 준비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팔루 지역으로 향했다. 진도 7.4 규모 지진과 쓰나미 및 액상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 복합 재난 형태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액상화란 해양지진으로 생긴 진동 때문에 지반이 다량의 수분을 머금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라 한다.
도시 전체가 상하로 흔들리며 아예 흔적도 없어짐에 따라 엄청난 수가 사망하고 이재민, 주거 파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학교 건물도 모두 없어져 학생들이 임시 텐트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물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용품을 준비해간 것이다.
이 비용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갖고 있는 `한영넉스`를 비롯한 기업 후원자들이 기부하였고 특히 손이 많이 가는 포장은 청소년 1200여 명이 주말을 이용해 봉사했을 뿐만 아니라 "힘을 내라"는 등의 깨알 같은 격려 글도 써서 상자 안에 동봉했다.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우리와 같이 티 없이 맑고 영롱한 눈을 가진 어린 학생들! 6·25 전후 세대가 외국의 원조로 공부했다던 1950년대를 기억하며 우리가 받은 만큼은 아니라도 이 학용품으로 일부분 보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함께라서 더 행복한 내일로 가요.` 기부는 최선의 의사소통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자는 기부다.
입력 : 2021.03.17 0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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