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전 총동창회장/[매경춘추] ESG 공시(퍼온글)
본문
퍼온곳 : 매일경제(21. 3. 9)
[매경춘추] ESG 공시
기업이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나 신용을 받기 위해서는 회사의 각종 재무제표를 제출하게 된다. 금융기관이 기업의 건전성과 미래 가능성을 평가함에 있어 재무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의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소비자들의 가치가 변화하는 등 기존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복합적인 리스크들을 경험하면서 재무 중심의 전통적인 방법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투명경영, 책임경영 등 무언가 부족하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지 않을 경우 존속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즉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비재무적 요소를 기업의 미래 핵심 역량으로서 중요하게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랜 역사 속에서도 월급을 하루도 어기지 않은 회사, 아무리 어려워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회사, 오너 개인 기부가 많은 회사,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는 사회공헌 등 우수한 성과 및 모범적인 경영 상태를 재무제표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비재무적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책임투자 부문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ESG를 포함한 지속가능 경영의 확대 이행을 서서히 요구받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세계 투자기관 11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0%가 ESG 투자를 이미 실행하고 있으며, 15%는 향후 ESG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ESG 책임투자에 대한 기업의 대응 기반과 제반 금융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한국은 이미 지속가능 금융 및 녹색 분류체계 정비에 착수했으며, 중국은 사회 신용등급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중국 CSI 300 기업 중 85%가 ESG 관련 공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한 대기업은 ESG 공시 의무화 정책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관련 경영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재무 기업정보가 갖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ESG 공시 정보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해석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각국의 ESG 법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비재무정보 공시 확대로 인한 국내외 법적 리스크에 관해서도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한편으로 ESG 공시 규제 강화는 오히려 기업의 재무적 성장성을 견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수한 ESG 성과 정보를 적극 공시할 경우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본 조달 시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ESG 회사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탈탄소 등 ESG 가치에 부합하는 사업의 자본 유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측에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인 것은 물론이고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미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준비해 나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경호 KBCSD 회장·영림목재(주) 회장]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