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칼럼]/釣而不網(조이불강)을 생각한다(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21.)
<논어(論語)> 술이(述而)편(26장)에 보면 '조이불강 익불석숙'이라고 되어 있다. 공자께서는 “낚시는 하셨으나 그물질은 하지 않으셨고, 주살로 잡기는 했으나 둥지에 모여 잠자는 새들은 쏘지 말라”고 하셨다.
낚시로 물고기를 낚는 것은 몰라도 그물질로 몽땅 잡겠다는 욕심을 경계한 말이다. 여기서 낚시란 보이지 않는 물속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인내와 기술로 물고기와 일대일 승부를 겨루는 도락을 의미한다. 어부가 생업을 위해 던지는 그물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산짐승이나 새를 쫓는 사냥꾼들은 안식을 위해 잠들어 있는 생물을 깨어 달아나게 한 뒤 화살로 겨누는 것을 엽도(獵道)라고 한다. 날뛰는 생물을 잡는 엽사들이 설령 몰이를 하더라도 도망갈 길 한 곳은 터놓고 추격하는 것이 짐승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갖추는 것이자 진정한 승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잠을 자고 있거나 사방을 막아 도망칠 길조차 없이 쫓기는 짐승을 사냥한다는 것은 도락을 떠나 학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인 인간다움의 기초인 '인(仁)'과 함께 아파하는 연민의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는 승부는 승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것이 옛 어른들의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의 핵심은 '여유'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세상은 없다. 그렇게 잘 나가는 듯 하다가도 뭔가 뜻하지 않게 변고가 생기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理致)이고 도리(道理)이다. 이때의 여유란 내가 먼저 차지하더라도 남들이 가져갈 몫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사회는 공정(公正)을 말하지만 비록 그것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하더라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일 수 없다.
근래 정치인과 언론의 언사에 극단적인 용어가 난무한다. 극단이란 나 그리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편협한 사고가 원인이다. 내 생각만 옳고 타인의 생각은 트집을 잡고 더 나아가 남을 무시하고 적으로 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망망대해(茫茫大海) 무인도에 홀로 갇히게 된다. 여유는 함께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동학(東學) 초대 교주인 최제우(崔濟愚, 1824~1864년) 선생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사람이 하늘이다', 2대 교주인 최시형(崔時亨, 1827~1898년) 선생의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은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내용이다. 동양의 춘추전국 시대부터 시작된 제자백가도 그리스에서 출발한 서양철학도 모두 훌륭하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창건된 동학사상도 그 어느 것 못지않게 뛰어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모두 존귀하여 하늘이다. 생각과 위치가 다를 수는 있어도 생사를 거는 적이 될 수는 없다는 생활철학이 우리 혈맥 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다시 한 번 깨우쳐야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요, 그 생각이라는 것도 시간과 환경이 변화되면 또한 바뀌는 것이 필연이다.
극단적인 논리와 언사를 쓰는 일부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진리와 방법을 먼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땀 흘리는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지만 서민의 삶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현장을 찾아 더 아래를 살필 줄 아는 용기와 슬기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바르고 그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是)와 비(非) 사이에는 개인의 아픈 삶을 담은 수 없는 사연과 세계가 한강의 모래알만큼 존재한다.
교육에 평생 몸담은 원로가 요즘 세태를 보고 자기 주장에 도취되어 남의 의견과 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사용하는 크레파스 상자처럼 세상에는 아름답고 다양한 색깔의 생각과 사상이 있는데 세상에 마치 흑백만 존재하는 것처럼 목청 높이는 사람들은 색맹(色盲)이라고 한숨 짓는다.
세상에 비하면 티끌처럼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그 모든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작업하는 일터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하루에 7명이고, 1년이면 평균 2555명에 이른다고 한다. 밑바닥에서 소리 없이 스러져가는 생명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우리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에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여유와 배려를 잊지 않는 도량이 우리 사회에 넘쳐 흘러 극단으로 내달리고 서로 적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우리가 품어야 할 정신을 앞에서 설명한 '조이불강'으로 정했다. 코로나19로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주위를 살피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시민들과 더불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빈다. 사람이 하늘이다.
지용택
2021.02.03 19면
/ colum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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