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굿바이, 트럼프’가 주는 교훈과 성찰(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21. 1.22)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굿바이, 트럼프’ 하면서 생각나는 두 인물이 있다. 한 사람은 빌 디오데스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그는 "트럼프는 다르다. 고액 기부자만 만나고 기득권을 대변하는 힐러리와 달리 트럼프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경청했고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에도 신경을 썼다. 분명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창문 밖으로 내던져질 것이다."
그리고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는 아폴로 신의 저주를 받아 불길한 일들을 정확하게 예언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언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는 인물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수시로 거론되고 한다. 카산드라는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하는 어떤 학자들보다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꾸준히 내면서 민감한 정치적 관심사에 뛰어들기를 서슴지 않는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으로 꼽을 수 있기도 하다.
과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년은 디오데스의 예측대로 됐다. 트럼프는 취임 연설부터 미국 시민들의 피폐해진 삶이 외국 이민자, 중국을 비롯한 적대세력, 강고한 기득권층에서 비롯됐다며 기염을 토했다. 대학살, 약탈이란 극단적인 단어로 미국의 현실을 묘사하고 워싱턴 정치인 같은 기득권은 서민들의 착취자라며 노골적으로 편을 갈랐다.
그리고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현실화하겠다며 큰소리쳤다. 세계화의 파도에 떠밀려 소외된 백인 노동자, 농민들을 향한 우파 포퓰리스트의 위험한 선동이었다.
그 트럼프의 시간이 끝났다. 4년 만에 그의 지지표는 600만 이상 늘었으나 더 이상 그가 미국 사회를 망치게 놔둘 수 없다며 나선 시민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굿바이, 트럼프’가 반가운 건 그의 거짓말, 억지, 궤변을 더 이상 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더십의 근본적인 역할은 없어져 버리고 뒷골목 건달배처럼 근육 자랑만 하는 초강대국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 각국들도 대다수 환영할 일이다. 우리 정부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400% 인상 같은 황당한 요구 조건에 놀랄 일도 이젠 없을 것이 분명하고.
아무튼 오바마의 예측이 적중했다고 하기에 앞서 우리는 물론 지구촌 모두가 지적인 긴장과 비판적 시선을 늘 유지하려는 카산드라들의 예측과 예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카산드라의 불편한 진실은 지금도 여전히 트위터·블로그·유튜브·논문, 그리고 각종 정책 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관료들 다수가 경고음에 둔감하거나 애써 귀를 닫으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찌감치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확보, 중증환자 병상의 조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차고 넘쳤음에도 실기한 사례가 한둘인가.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권력기관의 변화는 시급한 과제다. 중국조차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조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무형의 만리장성을 쌓겠다’며 이미지 쇄신을 위한 홍보전에 나섰을 정도다.
1983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부문과 공안부 방첩기관이 합쳐져 출발한 국가안전부는 그동안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가혹한 처사로 지탄을 받아 왔고, 이 비밀정보 기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근본 성격 때문에 무수한 오해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적 연행과 감금, 고문 등은 악명 높기로 유명했었다. 그 국가안전부가 지난달 초에는 조극지(趙克志) 공안부장 겸 국가안전부장이 직접 언론에 등장해 기관의 업무를 소개하고 직원 공개 채용 방침도 밝히는 등 국가 안보기관으로서 거듭날 것임을 천명했다.
국가 안보의 제방이 무너지면 국가 존망과 직결될 수 있기에 카산드라의 경고는 더욱 중요하다. 사건이 터져야만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관료사회에서 그들의 ‘삐딱한 인물’로 바라보는 지난 일들도 반성해야 한다.
‘굿바이,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면서 빈번한 보직 변경 탓에 전문적 식견과 통찰력 있는 해결이 어렵다는 관료들의 상투적(?) 변명도 끝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향한 진지함이 절실할 때다.
기호일보, KIHOILBO
2021.01.22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