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누구에게 우리 미래를 맡길 것인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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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1. 7.29)
누구에게 우리 미래를 맡길 것인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넘쳐난다. 그들의 출사표를 들으며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 다시 일어난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적 수사의 말을 듣지 말고 진정 대통령이 돼서 이루려는 꿈이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이다. 현 정부 반대편에 서 있거나 아니건 간에 뭔가 생선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을 쉬는 듯한 꿈이 있어야 할 텐데 대부분 지극히 교과서적인 말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데서 궁금증은 실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비전이 없다, 막연하다, 현실 감각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평이 고작인 신진 인사 말고,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다, 과거 군사독재에 아부했다, 꿩 잡는 게 매다 등등 오랜 정치인 역시 50보 100보인 것을. 문제는 국가나 기업이나 어느 무리든 그것의 미래는 지도자의 역량에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폭염·가뭄과 폭우·대형 산불 같은 온갖 기후 재앙이 하루가 멀다고 발생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또 어떤가? 바이러스 변이가 확산되면서 대유행 공포에 떨고 있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고작 방역 포기에 가까운 문제 해결 방식이 고작이고 모범 국가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구입을 둘러싸고 소위 ‘삥땅’친 최고지도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제 국가 최고지도자 선발에 있어서 과거와 다른 접근이 요구되는 건 전 세계가 다를 바 없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밝혔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을 더 쉽게 하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판단을 하기 어려워 한다고.
그러니까 자기 나름대로 키워온 ‘인지적 지름길’을 활용하고 생각에 힘을 덜 들이는 판단을 하며 이런 성향이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인간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수사 일선에서 범행 패턴을 프로파일링하며 범인을 추론한다. 결국 개인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측하게 해주는 기법은 꽤나 유효한 방법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인물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 투표는 미래를 내다보며 선택하는 것이겠으나 후보들의 미래는 과거 행적의 연장선에 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하긴 너무 잘 바뀐다면 그건 더 문제일 테고. 따라서 후보 하나하나가 그동안 살아온 패턴을 프로파일링하는 일부터 해봄 직하다. 삶이 고단한 유권자들 입장에서 불안한 현실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니 우선은 미래부터 살펴보자는 유혹을 일단을 잠재우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런 의지의 가슴을 갖게 된 절절한 사연과 감성적 심연의 동기부터 살펴보자는 것이다.
후보들 역시 인간이다, 최소한 7가지 감정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경험하며 살아왔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적 욕구와 감정이 높고 낮음이란 없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해 진솔하게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두들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다. 인간사나 사회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을. 우리의 오늘이 저성장 그늘 속에서 온갖 불공정·불평등이 일상화되고 그동안의 경제 번영과 민주화 과정에서 생겨난 그 아물지 못한 상처와 생채기, 응어리들이 뒤범벅돼 있다.
오늘의 위기는 방향성의 위기다. 방향성을 상실한 세대들의 아픔이 절절함에도 저마다 자기 욕심을 채우느라 아우성이다. 이건 포기나 다름없다.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성군(聖君) 도래의 갈망은 이 모든 걸 함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택의 순간이 되면 다시 진영 논리가 판을 치고 끝내는 ‘중저가 선택(?)’이라는 해괴한 결과가 나타난다. 20대 대선이라고 하지만 깨어 있는 시민이 자랑스럽게 선택한 결과가 승리로 연결된 경우는 몇 차례 안 된다.
한 노사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이 없어도 되는 시스템 정치를 지향한다. 그래서 지금 노무현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만들지 않는 미래 시스템. 자타가 공인하는 수십 명의 대통령 후보자들 가운데 이런 열정과 목표의식을 굳건히 가진 인물이 없을까. 변화에 고통이 따른다. 미래 비전은 고통 분담에 대한 현실적 해법과 함께 제시돼야 믿음이 갈 것이다.
20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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