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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중국은 이제 한국에 잘해야 한다(퍼온글)

작성자 : 인동홈 작성일 : 2021.06.24 06:43 조회수 : 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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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1. 6.24)

중국은 이제 한국에 잘해야 한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소장

지난 한미 정상회담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그리고 최근 잇달아 열린 한미 외교 라인의 협력적 만남 이후 중국의 반응이 예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중국 견제’라고 여길 만한 내용의 공동성명이나 한국의 태도가 별 저항감 없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모습에 대해 중국 측 태도가 온건해지고 적대적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누적돼온 ‘중국 피로증’을 감안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고, 자신의 입장을 거칠게 천명하는 이른바 중국의 ‘전랑(戰狼) 외교’를 겪어본 입장에서 다소 유연해졌다는 정도의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아직은 변화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최근 북한의 주중대사가 인민일보에, 평양의 중국대사가 노동신문에 각각 기고한 북·중 관계의 지속적 우의와 혈맹적 관계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 젊은 세대가 비호감 1위로 꼽는 중국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보다 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한국일보 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는 심지어 일본보다 더 비호감이었다. 40~60대에서도 미국에 비하면 호감도가 상당히 낮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오랜만에 오만한 중국에 ‘하이킥 한 방 먹였다’며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우리는 지금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해 나간다는 외교 기조를 계속 지킬 입장에 있다.

선을 딱 그어놓고 이쪽이면 ‘친미’, 저쪽이면 ‘친중’으로 가르는 ‘38선식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태도는 당연하고 합리적이다. 국민 감정과 외교 기조는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아무튼 중국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해서 그들의 대(對) 한국 인식이 달라졌다고 여길 근거는 없다는 점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 배치로 불거진 양국 갈등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3불 원칙’으로 진화됐으나 이후 중국은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에서 전향적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역 등에서 압박을 계속했고, 역사 왜곡은 다반사인 데다 방한한 중국의 장관급 인사가 우리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는 결례를 범했고,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면서 우리를 타이완 코앞에 있는 샤먼으로 호출(?)하는 행태까지 보여 국민 감정을 자극했다.

여기에 김치와 한복의 종주국 논란까지 더했었다. 참으로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스스로 돌아보면서 한국의 국민감정을 건드리고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압박과 무례를 거듭하는 게 손해라는 걸 안 것일까? 내년으로 30주년을 맞는 한중 수호 관계에 대해 건강해지기를 기대하는 일부 지한파 중국 수뇌부의 역할이 있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동북아 이웃 국가에 대한 그동안의 옹졸하고 자기도취에 빠진 행태를 이 시점에서 끝내고 상호 선린적으로 신뢰와 호감도를 쌓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양국 간에 국익을 위한 마땅한 귀결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2+2(외교·안보)’ 대화의 복원이 눈에 띄는 이유다. 2013년 신설됐다가 사드 배치 갈등으로 중단된 ‘2+2 대화’는 중국의 뜻이 반영된 것이지만 나날이 험악해져 가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음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한미 관계는 더욱 단단한 동맹체제로 굴러갈 듯한 모습이고, 중국에 대한 견제는 전 세계 민주 국가 사이에서 광범하게 퍼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감정을 일단 접어두고 냉철히 따져볼 점이 여럿이다. 남북 관계에서 중국 역할이나 경제적 통상 관계에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 긴밀한 이웃이었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증오와 혐오의 밭에서 꽃망울은 열리지 않는다. 중국의 대표적 시인 소동파가 일찍이 금시(琴詩)에서 읊었다.

"가야금 소리가 있다 하면 / 갑 속에 두었을 땐 왜 안 울리나 / 가야금 소리 손가락 끝에서 나는 거라면 / 어찌 그대 손가락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나." 가야금과 손가락이 만나야 소리가 난다. 한중 관계에서 중국은 지난 과오를 잊지 말고 한국과 한국민에게 보다 친절하고 유연하게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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