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동북아 ‘원전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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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1. 6. 4)
동북아 ‘원전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동북아 3국의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 우선 지난번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전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한국의 원전사업에 있어 미국과의 공동보조와 협력이 강화되면서 관심은 크게 고조됐다. 정상의 공동성명과 함께 공개된 ‘팩트시트’에서 한미 양국은 원전 공급망을 함께 구성하고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참여하는 건 물론 공동 참여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채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의 원전 강국인 미국이 근래 들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중국에 신규 수주 물량을 거의 빼앗기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국제 공조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입장에서 출발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탈원전이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 호기를 막았다는 관련 업계의 환호도 썩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자국에서는 원전을 기피하면서 타국에는 적극 참여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한 원전에 대해 한·중·일 3국이 각각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 입장은 앞서 말한 바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뜻과는 달리 불안한 정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 처리를 둘러싼 국제적 비난에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마치 원전 건설이 국가의 명운이라도 걸린 듯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1기기와트(GW)인 원전 용량을 30년 안에 무려 10배가 넘은 554기기와트로 늘리는 계획을 내놓은 것. 단위 원전 발전용량이 올라가는 추세를 감안해도 약 300기 가까운 새로운 원전을 지어야 한다. 그러니까 대략 매달 1개씩 원전을 세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재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인 중국의 원전 용량은 단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한국의 역주행 논란, 일본의 오염수 배출, 중국의 무모할 정도의 원전 건설이 한반도 주변에서 펼쳐진다는 점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우리의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 간 ‘원전동맹’이 우리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크게 증가시켜 중국·러시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중동과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기대한다고 전망하지만 반드시 보랏빛만은 아닐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꽤 많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로 얼마큼 피해를 입게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며 별 문제가 없다는 일본 측 주장은 아전인수격일 뿐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의 대대적인 원전 건설은 어떤가. 그들은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당연한 일로 선전하지만 건설된 300기 가까운 원전이 들어설 곳은 대부분 황해 연안이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중국의 해안선 길이는 무려 3만2천㎞에 달한다. 하지만 원전 건설 예정지는 상당 부분 산둥반도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해안가다.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꼽히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원전(SMR)과 해상원전 등이지만 뜻하지 않은 일도 얼마든지 위협이 될 수 있다. 원전의 안전은 많은 나라가 장담해 왔으나 체르노빌 등 밝혀진 것 이외에 크고 작은 사고는 부지기수라는 건 이미 알려진 바다. 황해를 사이에 두고 대륙 쪽에 수백 기의 원전이 건설되는데 우리는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중국이라는 나라는 대국답지 않게 그리 국제적으로 신뢰받을 만한 일을 해오지 않았다는 점도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예를 들면 중국은 자국 내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약 3천 기의 화력발전소를 퇴출하겠다고 하면서 해외에서는 화력발전 건설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기대보다 기본 전력으로서 원전의 효용 가치가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자국의 이익이 되면 타국의 문제는 아무 상관 없다는 식의 환경에서 원전을 둘러싼 3국의 입장과 향후 대응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했으면 한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모두가 협력 대상으로 소중한 만큼.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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