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전 총동창회장/[매경춘추] 식목일 유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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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식목일 유감
산림청 산하 모임에서 식목에 관한 토론이 열렸다. 식목일은 나무 심기를 통해 산림녹화를 이룩하며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를 자원화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올해 76회를 맞이한다. 구순이 지나신 원로들끼리 대담이 이어졌는데, 한 분이 "초기에 왜 좋은 수종의 묘목만을 선별해 오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기일 내에 배정된 묘목의 수량을 무조건 확보하라는 상부 지시에 따라 수종을 가리지 않고 양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유네스코와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녹화국이 됐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면서 "이에 맞춰 전국에서 서울 남산의 70배에 달하는 2만㏊ 면적에 4800만그루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며 "이로써 탄소중립 사회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단순 녹화사업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성목(成木)이 된 후 탄소 흡수와 산소 배출량이 현격히 줄어들면 해당 원목은 벌목한 후 그 자리에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벌목을 한다면 무조건 백안시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산림은 노령림이 많아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히 감퇴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그저 민둥산을 벗어나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산림자원 육성을 통해 값어치 있는 나무를 키워 국부를 늘려야 한다.경제적인 산림 육성을 위해 우리나라에 어떤 수종을 심어야 할까. 수년간 우리나라 토질과 강우량, 조사량(照射量)에 맞는 수종을 연구한 결과 '백합나무'로 일단 선정한 바 있고, 우수 종자를 개발해 경쟁력 있는 나무를 생산해 숲을 가꾸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인데 충주, 춘천, 강릉, 안면, 수원, 제주 등 전국 6곳에 채종원(採種園)을 조성한 후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4월 5일 식목일 변경 논란도 이제는 종지부를 찍고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 3월 15일에는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산림청을 방문해 식목일 날짜의 3월 변경 100만인 서명운동을 완료한 서명부를 전달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묘목이 잘 자라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봄 날씨도 점점 더 더워져 가면서 나무를 심어야 하는 적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식목일을 가을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봄에 심은 묘목이 그해 여름에 가뭄이 들 경우엔 타 죽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만약 가을에 심는다면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적응해 가며 겨울 내내 몸을 움츠렸다가 내린 눈을 생명수로 해서 생명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활착되지 못한 연약한 뿌리가 과연 추위에 견뎌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지금 전국 120여 개소 산림조합 나무 시장에서 묘목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금년엔 우리 모두 식목에 동참해 한 그루씩 묘목이라는 미래를 심고 키워 나가보자.
[이경호 KBCSD 회장·영림목재(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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