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디지털 화폐’ 편리 이상의 위험도 크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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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1. 6. 17)
‘디지털 화폐’ 편리 이상의 위험도 크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스마트폰의 전자지갑 앱으로 예금 인출과 송금, 결제하는 디지털 위안화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디지털 달러에 대한 논의를 통해 맞불 대응에 나섰고, 국내에서도 ‘디지털 지갑’ 서비스 경쟁이 시중은행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의 경우, 디지털 위안화 속도는 작년 10월 대대적인 사용 실험 이후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에 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 들어 기업 간 시범거래와 도시 간 연계 시험을 하고, 홍콩과 역외 테스트까지 마쳤다. 중국의 중앙은행(인민은행)은 중국 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신분증과 휴대전화 번호만 있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곳에서도 사용 가능·화폐의 제작·유통 비용을 대폭 절약하고 위조지폐·자금세탁·탈세 같은 범죄 행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는 "디지털 위안화는 국경을 넘는 용도가 아니다"라며 애써 자국 내의 거래용이라고 말하지만 올해 들어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홍콩·태국·아랍에미리트와 디지털 화폐 사용 시범 추진을 본격화한 걸 보면 세계 최소의 디지털 화폐 본격 도입으로 선점 효과를 누리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위안화 국제화 신무기로 쓸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가만있을 리 없는 건 자명한 사실. 지난달 미 연준(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올여름 디지털 달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라는 영상 메시지를 올렸고 보스턴 연준과 MIT 공과대학은 다음 달에 ‘디지털 달러 백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디지털 위안화가 달러의 국제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겠으나 중국이 세운 ‘위안화 국경 간 결제시스템(CUPS)’에 디지털 위안화가 연동되면 상황은 달라진다"라고 단언한다.
미국 수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송금에 2~3일 걸리는 데 반해 중국 방식은 훨씬 빨리 이뤄지고 비용도 저렴하며 위조·변조 방지 보안에 뛰어난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달러화의 패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 아래 ‘디지털 화폐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경우 신한은행이 지난달 금융자산·전자문서·모바일 신분증은 물론 ‘정부 24예방접종 증명서’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 서비스 ‘SOL 지갑’을 출시했고, NH농협은행은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 없이 생체 정보로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는 스마트뱅킹 앱 서비스를 선보였다.
BNK 부산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결제와 송금 수당 관리 등 분산된 지급 수단을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갑 ‘디지털바우처’ 앱 서비스를 시작해 공공기관은 디지털 화폐 발행 플랫폼에서 정책지원금 등을 디지털바우처로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고, 기업은 직원 복지 포인트를 지급할 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에 대해 "앱 하나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갈수록 커지는 디지털 자산시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의도이며 이 같은 흐름의 기저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직접 유통하거나, 은행을 거쳐 유통하는 두 가지 모델이 거론되지만, 문제는 중앙은행이 독점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전자지갑에 모든 거래 내역이 남아 있어 당국이 언제든지 개별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 돈에 ‘꼬리표’가 붙어 사용자의 신분, 사용 시간, 장소, 물품 종류와 수량까지 투명하게 드러나면 자칫 디지털 권위주의 사회가 만들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것.
그리고 민간 IT 대기업들이 개인 소비자 정보와 빅데이터를 사실상 독점해 나타날 위험성도 있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여서 마치 편리함만 돋보이지만 자칫 중국이 금융굴기의 신무기로 사용하고, 미국은 이에 대응하는 디지털 전쟁을 불사하는 쪽으로 풀어가게 되고, 대기업이나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기관에서 사회 장악력을 높이고 민간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악용하게 된다면…. 그건 끔찍한 일일 것이다.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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