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원규(65회) 문화칼럼/인천시립박물관과 상상력(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8.12.23)
인천시립박물관과 상상력
이원규 문화칼럼
'철도로 떠나는 근대 도시 기행' 전시를 보러 인천시립박물관에 갔다. 겨울 날씨가 싸늘한데도 초등학생들이 찾아와 단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인천 근대사를 공부하며 수첩에 적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이번 전시는 인천시립박물관이 부산근대역사관과 공동 기획한 행사로 인천과 부산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가상 인물을 내세워 상대 도시를 바라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2층에 있는 전시관의 구성은 입체적 효과도 좋고 전체의 균형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어 관람객들이 친근감을 가질 만하다.
전시는 이원적으로 열린다. 1단계로 '부산 사람 B씨의 인천 기행'이 인천에서 열리고 '인천 문필가 현(玄)의 부산 기행'이 부산에서 열린다. 1단계 전시가 끝나면 2단계로 교차 전시를 갖는다. 두 사람이 여행하는 시간은 1930년 대이다. 그 시대의 인천을 인천인이, 부산을 부산인이 돌아보는 게 아니라 교차 방문하여 보는 것이니 참으로 흥미롭고 참신한 발상이다.
실물과 사진 전시를 돌아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1930년 대에 온 느낌을 갖게 되고, 별실에서 돌아가고 있는 동영상 스크린을 감상하면 인천의 근대상을 대번에 파악할 수 있다.
설명을 듣고 싶어 전시과장인 배성수 선생을 찾아 갔다. 배 선생은 이미 2006년 인천과 중국 상하이, 일본 요코하마를 엮는 도시 기행 기획 전시를 해서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2006년 전시와 주제의 일관성이 있되 얼굴은 다른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인천과 부산은 19세기에 개항하여 근대 문물을 수용하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발전했고, 경인선과 경부선 철도 개통 후 근대화의 물결을 전국으로 파급시켰다는 숙명적 공통성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행사를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인천과 부산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가상 인물을 내세워 상대 도시를 바라보고 자기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진정한 근대화의 모습을 알게 한다는 것이었다. 문득 상상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시인, 소설가, 화가, 작곡가만 상상력으로 사는 줄 알았더니 박물관도 그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은 삶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문화 정보의 양상을 바꾸었으며 그 전달과 수용 과정도 덩달아 달라졌다. 문화는 정지된 게 아니라 움직인다. 상상력과 독창력으로 재창조하면 그 가치가 올라간다. 그래서 문화 콘텐츠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람들의 문화 향수의 욕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문화가 움직이고 박물관의 역할도 달라지게 된 것이다. 소장품을 끌어안고 묵묵히 앉아 방문객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대응하면서 인천 근대사를 훌륭한 가치를 가진 문화 콘텐츠로 재창조해 냈다. 그리고 전시 기간 중 '철도를 통해 본 인천의 근대'라는 주제로 학술 회의를 열어 이론적인 연구와 정리도 병행했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우선 전시 공간이 좁고 자료가 미흡했다. 아래 층 복도와 2층 복도까지 전시 공간으로 삼을 만큼 자료가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개인 소장자들한테서 자료를 더 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도록(圖錄)도 그렇다. 사진과 구술된 내용이 풍부해서 철도사와 인천 근대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집이기는 하다. 포커스는 1930년대에 부산 사람이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올라와 경성을 거쳐 인천을 돌아보는 것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문장이 시대에 맞지 않고 작위성을 감추지 못했다는 점이 거슬린다.
그런 아쉬움들이 있지만 인천과 부산의 이원적 교차 전시회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정지된 역사 유물을 능동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해 가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참신한 상상력과 창의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이런 전시를 기획해 주기 바란다.
/소설가
종이신문 : 20081223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12-22 오후 7:23:03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