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당신도 골프 좋아하세요?
작성자 : 이창열
작성일 : 2006.03.13 12:29
조회수 : 1,592
본문
이제 세상 밖으로 화려한 자태를 뽐낼 곷들에게 마지막 향기를 더하려는 듯 꽃샘추위가 매운 아침이다. 수은주는 빙점 아래를 가리키며 세상은 다시 얼어붙고 있는데 유독 매스컴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골프 파문으로 뜨겁기만 하다. 이쯤되니 사람들의 입에서는 '골프가 뭐길래"하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심심찮게 흘러 나온다.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가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사람들은 이미 뻔한(?) 결론을 지켜보는 일이 슬슬 지겨워지는 눈치인데 정작 답을 해야 할 사람은 세월의 힘을 믿는 것인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사람들의 인내심을 테스트 하는 형국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위기 관리 이론 중에 1:29:30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 법칙은 미국의 보험화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가 자신의 저서 '산업안전사고 방지'에서 제안한 이론인데 하나의 위기가 발생하기까지에는 29번의 작은 사건이 터지고 300건의 위기를 예감케 하는 이상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3.1절 골프 파문도 이미 이런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이상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났었다. 정작 문제는 그런 징후들을 의도적이든 아니든 철저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나같이 골프채 한 번 만져본 적 없고 정치에 까막눈인 사람까지도 글을 끄적이게 만드는 것을 보면 골프가 대단한 운동인 것만은 틀림없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옛 글귀 중에 '춘풍접인(春風接人) 하고 추상임기(秋霜臨己) 하라' 는 말이 있다.총리의 골프 파문을 지켜보면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정하게 하라'는 이 말이 생각난 것은 비단 나 뿐은 아닐 것이다. 3.1절은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날이다. 굳이 독립선언서나 헌법 전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날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어떤 말을 한다해도 그것은 구차한 변명이요, 사족일 뿐이다. 천성산 터널 공사와 관련하여 세인들의 이목을 모았던 도롱뇽도 자연 재해에 대한 예측 능력이 있다고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1급수에 알을 낳는 도롱뇽의 산란 상태를 살피면 그 해에 가뭄이 들지 장마가 질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장마가 질 것 같으면 도롱뇽은 바위나 돌에 붙여 알을 낳고 가뭄이 들 것 같으면 알을 물에 띄워 놓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가뭄이 들면 물 위에 띄워 놓은 알이 자연스레 물을 따라 흘러가고 장마가 지면 큰물에 떠내려 가지 않고 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찮아 보이는 도롱뇽도 제 앞날을 헤아리는 능력이 있는데 한 치 앞의 일도 내다보지 못하는 건 무지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과신하거나 오만한데서 오는 자업자득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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