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맨. 그를 만난 건 어느 따뜻한 봄날 토요일 오후였다.
약속시간에 많이 늦는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봄 햇살 마사지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근처 계단에 앉았다.
북적대는 사람들 구경을 잠깐 하고 있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와 약속을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한 10분이 지났을까... 어디론가 사라졌던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나서는 여전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잠깐 딴 곳을 보다가 다시 보면 또 와 있고, 또 살피고 있고... 대략 10분 간격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를 반복하고 있었다.
'10분맨이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한 1시간 쯤 지났을까? 다시 그 '10분맨'이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그토록 찾던 사람을 만난 모양이었다.
약속시간에 많이 늦은 듯한 여자가 미안해 어쩔 줄 모르자, '10분맨'은 미처 말할 여지도 주지 않고 "미안하다 정말.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차가 너무 많이 막히더라. 어디 갈래? 내가 늦었으니까 오늘 너 하라는 대로 오빠가 다 할게" 라며 크게 웃는 것이었다.
그제야 그 사람이 왜 10분에 한번씩 그 자리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인파 속으로 멀어져가는 연인의 뒷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다.
- 정 현 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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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1시간이나 늦은 여자친구지만 짜증은커녕 상대방이 미안해 할까봐 오히려 배려해 주는 센스! 참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 사랑에도 센스가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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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열님의 댓글
에효~~ 다 옛일이여~!
차안수님의 댓글
그렇게하면 좋은데, 그렇게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시한번 할수 있다면 그렇게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