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비가 몇일씩, 한계령에는 눈도 오더니 토요일 활짝 개었습니다. 감자랑 옥수수를 심자고 나갔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3년만에 살구꽃이 세송이 피더니 다음날은 가지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매달려 만개했습니다. (만개라야 가지마다 서너개밖에는 안되지만..) 살구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옆에 있는 드릅도 서너개 싹이 올라오고.. 2년을 내리 씨만 뿌렸던 더덕도 뾰족뾰족 가느다란 싹이 인사합니다. 돌단풍에도 꽃봉오리가 수북해졌고 노란 붓꽃, 비비추, 옥자마도 뾰족뾰족 올라오고 수호초에도 꽃이 피었고 섬기린초도 많이 퍼졌습니다. 할미꽃이 네개 봉오리가 맺혀있고 나리, 산나리, 하늘나리, 백합, 튤립도 싹이 나오고... 안녕! 천상별, 안녕! 담쟁이, 안녕! 단풍 모두가 인사합니다.
앞산에 벚꽃이 만개해도 우리집에는 봄이 멀기만 했는데 벚나무에도 싹이 나오고 자두나무도 하얗게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맺혀있습니다. 금낭화도 어느새 자라있고 난초, 그렇게 애를 태우던 목단도, 작약도 싹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성하던 잡초를 뽑아버린 자리에는 질경이가 잔디처럼 깔려있고, 미워하는 줄도 모르고 눈치없는 엉겅퀴도 인사를 합니다. 부추도 어느새 자라있었고 달래랑 쑥이랑 씀바귀가 올해도 어김없이 수북합니다. 한군데 모아놔도 따로 떨어져서 일가를 이루는 계란후라이꽃(아직은 잎만)이랑 국화같은 꽃이 매달리는 노랑 키다리꽃 깨송아리 꽃도 싹이 하나가득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국화도 어느틈엔지 쏘옥 싹을 보이고 한달 전에 핀 산수유도 질 줄 모르고 선명한 노란색으로 함께 인사하고 겨울을 잘 이겨낸 소나무도 씩씩하고 늠름하게 파랗고 하얀 자작나무에도 싹이 어느새...
감자랑 옥수수를 심다보니 밭둑에도 제비꽃 가족이 하나가득 꽃을 피운것을 보면, 올해도 꽃 쳐다보다 농사를 망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서울서 나서 서울서 자란 내가, 산좋고 물좋고 강원도로 오며가며 나무심은지 3년. 정말 오래도록 살고 싶은 곳입니다. 감자 한박스에 열박스 수확인데, 우린 풀, 꽃을 잘 못 뽑아서 한박스 심으면 한박스 건집니다.
그래도 행복한것은 들에 자라는 무수한 이름모를 꽃들 때문입니다. 언젠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때 꼬옥 '짠!'하고 선보이겠습니다.
'야사모'를 통해 알게된 수박풀. 너무 예쁜 꽃인데 아직 어디에서 불시에 싹이 나올지 모릅니다. 예상하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야생화! 이 꽃들이 올해도 나를 설레게 합니다.
봄의 왈츠 맞지요? 5월이 되면 자두꽃, 배꽃, 복사꽃이 눈처럼 쏟아질것입니다. | ( 위 글은 "야사모" 싸이트에서 주혜 님의 글을 퍼 왔읍니다. 감자 농사 짓는 건지 시 농사를 짓는 건지 잠이 들 깨서 그런 지 알쏭 달쏭 하네요?) |
댓글목록 0
유재준(67회)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이순근님의 댓글
한규군 야사모 회원 이신가? 자주 등장 하네? 암튼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아직도 냄새가 진하네..5월이 내일 모래군...계절의 여왕답게 화사하게 올려나? 건강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