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04
본문
넷 : 고향집 - 엄마 앞에서 어리광 피우기
우경숙 씨의 별명은 ‘자두 처녀’다. 언제인가 고향에서 부모님이 농사 지으셨다는 자두를 한
상자나 보내왔던 경숙 씨. 상큼한 자두처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가씨다.
그런 경숙 씨가 요즘 실업자 신세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시골집에 내려가 쉬고
있다. 남들은 정리해고를 걱정하며 몸을 사리는 때에 그녀는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마
음 고생도 싫고,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조직 내 일에 염증이 나서 그냥 사표를 던졌
다. 좀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결정이었을까? ‘다시 취직을 못하면 농사라도 지으면 되겠지.’하는 치기 어린
마음도 몇 퍼센트쯤 있었다. 고향에는 언제나 부모님과 고향땅이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든든
한 백이었기 때문이다.
한창 농사철이라 부모님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사이 없이 바쁘시다. 처음에는 빈둥거리고
있는 그녀를 걱정하시는 눈치였지만, 농사일이 분주하다 보니 그녀에 대한 생각도 뒷전이 되었
는지, 집에 오면 쓰러지듯 누워버리신다. 더구나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무척이나 걱정스러우
신 듯했다.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비 오는 날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두 분은 하루 종일 밭에서 사신다.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밭에 물을 대러 나가셔서 해질 무
렵에야 바깥일을 마치신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하시느라 두 분 모두 벌써 검게 그을리셨
다. 러닝셔츠 차림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면 옷 입은 자리만 하얗게 도드
라져 보였다. 종일 햇볕을 받은 팔뚝은 자두처럼 빨갛게 익어버렸고........................
시골집에 돌아온 경숙 씨도 밭에 나가 일을 도왔다. 고작 사흘이었다. 그러고는 많이 부끄러
웠다. 차라리 그만뒀던 회사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농사일은 힘들었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
고, 땀도 비 오듯 쏟아졌다. 겨우 사흘 일하고 이렇게 몸살이 나는데, 이 힘든 일을 30년씩이나
하신 부모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4남매의 막내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다. 오빠 언니는 부모님을 도와 밭
일을 하고 가축 돌보는 일도 했지만, 그녀만은 예외였다. 늦둥이라고 곱게만 키우고 싶었던 부
모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받고 자란 막내딸은 도리어 부모님을 창피해했다. 친구들 부모님보다 나이
도 많은 데다. 농사일 하느라 일찍부터 쭈글쭈글해진 얼굴이 남 보기에 부끄러워 부모님이 학교
에 오시는 것도 싫어했었다. 그 못난 마음이 이제야 그녀 가슴을 아프게 친다.
일찌감치 저녁상을 물리고 쓰러지듯 자리에 누우신 어머니 옆에 그녀도 몸을 누인다. 덥다며
물러나는 어머니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경숙 씨, 자기도 모르게 콧소리를 낸다.
“엄마, 나 머리 쓰다듬어줘. 옛날처럼”
어머니는 까칠한 손으로 딸의 머리를, 볼을, 이마를 쓸어주신다.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유, 우리 막내. 이렇게 고운 딸내미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 모내누. 직장 같은 거 걱정마라.
우리 복덩이, 다 잘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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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는 아무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우리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함께 그리워하십니다.
당신 품으로만 파고들던 어린 것들이 성장해 자기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대견하면서도 한편
섭섭해지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부모님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등 뒤에서 꼭 껴안아보십시오.
그 품에 다시 파고들거나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있으면, 오래전 기억이 한순간에 떠오를지
모릅니다.
한 몸으로 연결돼있던 그 시절이.
아침편지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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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淳根(71)님의 댓글
양친이 안계시니 귓가에서 멤돌기만 하누나. 그땐 그래야 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