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04
본문
다섯: 호스피스 병동- 전화자주걸기, 가능하면 하루 한번씩
산소 호흡기 소리, 윽윽 대는 구토 소리, 크고 작은 흐느낌소리……. 언젠가 호스피스병동
을 방문했을 때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병동 안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리들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있는 그곳을 흐르는 갖가지 소리들에는 절박함이 배어있었다.
호스피스 병동을 취재한 <조선일보>사회부 기자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도 나는 그때의
“소리”들을 떠올렸다.
호스피스 병동에는 임종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서른도 채 안 된 나이에 말기 암의 고통 속에 누워 있는 아가씨. 손목 위의 링거 줄마저 무
거워하며 몸부림치는 중년의 환자. 70킬로그램이 넘던 몸이 이제 45킬로그램밖에 안 된다
는 어느 환자는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의 곁에는 차분한 눈빛의 호스
피스 봉사자가 그의 손발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이야기를 받아주고 있다.
누구도 처음부터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믿고 싶지 않아 부정하고, 왜 하
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분노한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서서
히 현실과 타협하며 마지막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과거에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을 마
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어긋난 사랑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어 한다. 그들은 화
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 곁에는 가족조차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투병 기간 동안 지칠 대로 지쳐버린 가족들에겐 이미 온화한 손길조차 말라버린 것이다. 그
래서 그 자리를 호스피스 봉사자들이 대신하곤 한다.
죽음을 곁에 두고 있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병동에 있는 말기 암환자들이 두려움도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과의 단절”에서 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염려하면서, 그들을 기다린다.
글을 훑어가던 내 눈을 오래도록 머물게 했던 대목이 있다.
외아들이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전화도 안 한다던 말기 폐암 환
자는 손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않았다. 링거 줄도 무겁고, 환자복 무게마저 천근같다는
그 몸에도 휴대전화만은 꼭 쥐고 있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대답한다.
“혹시나 아들한테서 안부 전화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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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도 전화기를 떼어놓고 살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통화도 모자라 문자 메시지에 이메일
에 메신저에……. 우리는 쉼 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 속에 혹시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나요?
우리가 소통에 목말라 있듯, 부모님은 자식들과의 소통에 목말라하십니다. 아니,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처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며 행여나 자식들의 전화가 걸려올까 전화기 앞을
서성대 실지도 모릅니다.
자주 전화하세요. 되도록 하루에 한번은 전화하세요.
할 말이 없으면 가끔은 “오복순씨!”하고 어머니 이름을 장난스레 불러보세요.
“나 오복순 아닌데요.”하며 장난을 받아주실지도 모르니까요.
수화기 너머 저편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분명 행복이 묻어 있을 겁니다.
아침편지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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