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원규(65회) 단편소설 [황제의 눈물]
본문
황제의 눈물
이 원 규
그 해 사월, 나는 임시 일자리를 찾아 김포로 갔다. 풀과 나무들은 싱싱한 초록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남풍을 타고 꽃향이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새들이 나뭇가지를 통통 건너뛰며 지저귀고 꿀벌이 내 머리 위를 맴돌며 닝닝거렸다.
산자락을 끼고 만들어진 자갈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자 흰 페인트를 칠한 입간판이 수풀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초원에 우뚝 선 한 쌍의 사슴 그림 위에 ‘환영 불로장생 불로목장 300미터’라는 글자들이 찍혀 있었다. 수사슴은 왕관 같은 뿔을 쳐든 늠름한 자태였고 암사슴은 다소곳한 시선으로 수사슴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등짐 지는 공사판보다는 거기가 나을 거야. 보수도 솔찮이 줄 것이구.”
목장장(牧場長)이 중학 동창이라며 이 곳을 소개해 준 우리 옆집 안태평 씨는 제대한 뒤 집에서 놀고 있는 내가 딱해서 일자리를 주선했지만 나도 어서 집을 떠나고 싶었다. 나는 가을에 문을 여는 어떤 백화점에 취직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 때까지 대여섯 달 동안은 실업자 노릇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불로목장이 숙소를 제공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고 장차 백화점 창고에 파묻혀 지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몇 달 쯤 시골에 푹 묻혀버리고 싶었다.
언덕길을 끝까지 오르자 시야가 탁 트이며 야구장 만한 분지가 나타났다. 견고한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분지의 대부분을 차지해 빙 둘러 쳐져 있고 정면 입구에는 내 키보다도 큰 철망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울타리 안에는 드넓은 우리와 사육사(飼育舍), 창고로 쓰이는 듯한 부속 건물 두 채, 그리고 붉은 벽돌로 된 주택이 적당히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 안에서는 잿빛 털을 가진 사슴들이 노닐고 있었으며 주택 앞에는 골프 연습장까지 갖춰진 꽤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승용차와 승합차가 그늘에 세워져 있었다. 목장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좋았다. 나는 배낭을 고쳐 메면서 어깨를 크게 벌여 심호흡을 했다. 집을 떠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목장 문을 향해 걸었다. 컹컹 컹컹. 갑자기 덩치 큰 세퍼트 두 마리가 이빨을 몽땅 드러내 으르렁거리며 달려 나왔다. 마치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나는 깜짝놀라 배낭을 벗어들며 방어자세를 취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개들은 기다란 목줄에 매어 있었던 것이다.
“그만 됐다. 집으로 들어가랏!”
누군가 짧게 끊어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작업복을 입은 목부(牧夫)가 부속건물 앞에 서서 개들을 향해 개집을 가리키고 있었고, 개들은 마치 절대복종을 훈련받은 병사들처럼 재빨리 자기들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렇게 충성스러운 개들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목부가 안태평씨와 나이가 비슷해 보여 내가 찾는 목장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 쪽으로 걸어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는 김민수라고 합니다. 서울 신림동 사는 안태평 씨 소개로 왔는데 오병국 목장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그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목장장이야. 따라 오게, 숙소에 짐부터 풀어야 하니까.”
나는 그가 방금 나온 부속건물로 그를 따라 들어갔다. 창고인 줄 알았으나 뜻밖에 비닐 장판을 깐 큰 방도 있고 고급 소파 몇 개가 놓인 고급스러운 방도 있었다. 무슨 대기실 같았다.
그는 건물 뒷쪽으로 마치 관청 건물의 숙직실처럼 자리잡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 평도 넘을 큰 방이었는데 침대 두 개와 책상 하나, 비키니 옷장 하나, 캐비넷, 14인치 텔레비젼 따위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침대에는 이불이 반듯하게 개어져 있었다.
나는 그가 상처한 홀아비거나 이혼해서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이불과 담요를 팽개쳐 두지 않고 차곡차곡 개어 둔 것으로 보아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 고리타분하고 외로운 공기가 방 안 구석구석에 스며 있기 때문이었다.
그 방 반대편에도 문이 보였다. 열어 보니 방문 앞에 5평 쯤 되는 공간이 있었다. 거기에는 선반이 만들어져 있고 남비와 밥솥 따위 주방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문이 바깥으로 통하고 있었다.
“자네가 군대에서 막 제대했다고 들었지.”
하고 그가 커다란 캐비넷을 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캐비넷 안에는 두 자루의 총이 있었다. 하나는 고성능 6연발 공기총이고 하나는 마취탄을 쏘는 화약총이었다.
그는 공기총을 꺼내 조준하는 자세를 능숙하게 해 보였다.
“난 군대생활을 십오 년이나 했구 월남전에도 갔었지. 난 특등사수였어.”
“아, 그러셨군요.”
그가 총을 캐비넷에 다시 넣었다.
“공기총은 경비용이지만 겨울에 꿩이나 산토끼나 내려오니까 쓰기 좋아. 실탄은 외탄과 산탄이 있는데 외탄은 멧돼지나 노루도 쓰러뜨려. 마취총은 뿔을 자를 놈을 골라 쏘는 거야. 말짱한 정신에 묶어놓고 뿔을 자르면 충격으로 죽는 놈두 있거든. 그러면 이천만원이 날아가는 거야.”
“사슴 한 마리가 그렇게 비싼가요?”
나는 놀라는 표정을 하고 물었다. 처음 만나서 관계를 시작할 때는 그저 열심히 물어보고 관심을 보이는 게 호감을 갖게 하는 첩경이라 생각하면서.
“비싸구 말구. 여기 있는 건 모두 엘크 종이야. 녹용이 한 냥에 사오만원씩 나간다구. 어른들 한약에 보통 두 냥이 들어가거든. 그런데 최고로 뿔이 좋은 엘크는 녹용이 이백냥이나 나간단 말야. 그뿐인 줄 알아? 녹혈은 커피잔으로 스무 잔이 나오는데 한 잔에 십만원이 넘어. 그래서 엘크는 여섯달 된 새끼도 튼튼한 수컷은 칠팔백만원은 나가지. 암놈도 수놈의 삼분의 이는 값이 되지.”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소파가 있는 방으로 나갔다.
“목장장님, 여긴 뭐하는 곳인가요?”
“녹혈을 마시는 방이야. 응접실이라고 부르지. 불로장생을 원하는 작자들이 무수히 많이 오지. 젊은 첩을 거느려 힘이 달리는 늙은이도 오고 돈을 물 쓰듯 쓰는 여자들도 오지. 서울과 인천이 가깝고 근처에 새로 개발된 온천과 골프장이 있으니 채혈기에는 몸보신을 원하는 귀빈들이 무수히 찾아온단 말야.”
나는 비로소 목장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것이 녹혈을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귀빈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녹혈은 어떻게 채취하나요?”
오씨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사슴뿔처럼 해 보였다.
“녹용을 자르는 날 피도 받는 거야. 뿔을 자르면서 지혈하지 않구 피를 그릇에 받는 거야. 황제를 빼고는 모든 수놈이 피를 빼앗기지.”
“황제가 뭔데요?”
“우두머리 사슴이지. 곧 보게 될 거야. 지금 사장님이 목장 안에 계시니까 인사부터 드리세.”
나는 그를 따라 다시 밖으로 나갔다. 사슴 목장이라 하여 동물원처럼 비좁은 우리에 사슴들이 답답하게 갇혀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내 잘못이었다. 이 목장의 우리는 천 평도 넘을 듯 커서 차라리 방목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유자형 철책은 깨끗한 녹색이었으며 드문드문 서 있는 기둥은 말끔한 은색이어서 햇빛이 반짝반짝 반사되고 있었다. 우리에서 주인집으로 가는 길은 우유빛 조약돌이 깔려 있었고 붉은 벽돌 주택은 외양이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소나무와 참나무 능선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초원을 달리던 사슴들이 철책에 갇혀 있지만 눈으로라도 푸른 숲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사십대 초반이었는데 도시의 신사와 다름없었다. 잭 니콜라우스 로고가 새겨진 골프 웨어를 입고 외제 골프채를 들고 야구장의 백스톱처럼 생긴 그물을 마주하고 서 있었다. 그가 큰 스윙으로 때리자 공은 총알처럼 날아가 삼중의 동심원이 그려진 과녁에 퍽 소리를 내며 명중했다.
“사장님, 엊그제 말씀드린 목부가 왔습니다.”
사장은 돌아섰다. 그는 얼핏 보기에 오만한 인상을 주었지만 오씨가 온 것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아, 목부요. 목장장님이 데려 왔는데 어련하겠어요? 일을 잘 가르쳐서 이제 좀 편하게 지내도록 하세요.”
나는 그가 목장일을 잘 모르는 주인이라고 단정해 버렸다. 그는 손이 여자처럼 깨끗했으며 얼굴이 그을은 흔적조차 없었다. 그리고 시원한 골프 스윙과 겸손하게 여겨질 정도로 오병국씨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느끼게 했다.
사장은 잠시 관심 있는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며 이름과 나이와 학벌을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목장장님을 잘 모시게. 목장 일에는 나보다 많이 아시고 또 성실하신 분이시니까.”
사장은 다시 공을 치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사슴 우리를 향해 걸었다.
“나를 좀 도와 주게, 사슴들 먹이를 줘야 하니까.”
오씨가, 미리 먹이를 담은 손수레를 가리켰다. 그리고 사슴의 탈출을 막기 위해 만든 듯한 이중의 철책문을 하나씩 열었다. 나는 재빨리 손수레를 밀고 그를 따라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휘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오씨와 나밖에 다른 목부들은 없었다. 나는 목장장이라는 게 허울뿐인 직책이며 사장이 오씨의 체면 유지를 위해 붙여준 것이리라 생각했다.
“점심 때라 먹이를 조금만 주는 거야.”
오씨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처럼 흠흠 코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손수레를 슬슬 끌고 가면서 콩깍지와 말린 무청을 섞은 건초를 기다란 구유에 뿌렸다. 사슴들이 메에 소리를 내며 달음질쳐 몰려 왔다. 사슴은 모두 이백마리 정도 되는 듯했다. 한눈에 암수를 구별할 수 없는 어린것들도 있었으나 한 뼘 쯤 자란 뿔을 가진 수놈들이 절반, 뿔 없는 암놈들이 절반 가량이었다.
그 때 힘찬 소리로 우는 사슴 소리를 나는 무심히 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을 보게되었다. 구유 앞에 몰려와 있던 이백여 마리의 사슴들이 물길처럼 갈라지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때 나는 보았다. 매우 잘 생긴 뿔을 가진 사슴 하나가 구유 앞으로 유유히 걸어오는 것을.
그놈은 윤기가 나는 털을 갖고 있었고 몸이 중송아지만하게 컸으며 시베리아의 타이거숲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본 듯한 늠름한 수컷이었다. 나는 사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놈이 활력이 넘치는 젊은 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뿔이 멋있게 생긴데다가 앞다리가 무쇠처럼 단단해 보이고 가슴이 떡 벌어진 모습이었다.
그놈은 거만한 눈으로 무리들을 한 번 휘 돌아보고는 천천히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다른 사슴들은 그제서야 구유 앞으로 다가갔다.
오씨가 그놈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얼마나 멋있는가. 짐승이 어떻게 저렇게 늠름할 수가 있는가 말이야. 다른 놈들을 좀 봐. 마치 장군이 나타났을 때 병사들처럼 주눅이 들지 않은가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황제군요.”
문득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초저녁 시간에 티브이에 나오는 ‘동물의 세계’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동물들에게 엄격한 서열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래. 다섯 해 전, 먼저 두목 노릇하던 놈을 반 쯤 죽여 놓고 제왕이 됐지.”
“황제가 된 뒤에는 다른 수놈이 도전하지 못하나요?”
오씨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왜 도전이 없겠나. 조금만 약해 보이면 여지없지. 한 번 싸워서 지면 끝장이야.”
이 때 우두머리 사슴이 먹이를 다 먹은 듯 머리를 들었다. 그러자 오씨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불쑥 꺼내 그놈의 코 앞에 내밀었다. 나는 그게 도라지인가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6년근 인삼이었다. 사슴은 그것을 받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사슴에게 인삼을 먹이다니. 내가 놀라서 바라보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다른 한 손으로 사슴의 배밑을 가리켰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좆심이 좋아야 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숙여 수사슴의 배밑을 보았다. 거기에는 물오른 아카시아나무 껍질을 막 벗겼을 때처럼 딱딱하고 번진번질하게 물기에 젖은 생식기가 쑥 나와 있었다. 생식기 주변의 털은 사방 한두 뼘 정도가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었다. 분비물로 젖은 게 아니라 내부에서 배어 나온 것 같았다.
오씨가 말했다.
“정액이 고인 거야. 암놈 수백 마리와 그걸 할 수 있을 정도지. 다른 수놈들을 봐. 보잘 것 없는 꼴을 하고 있어.”
다른 수놈들을 바라보니 비슷하긴 해도 정말 그 수놈보다는 못해 보였다.
오씨가 다시 말했다.
“짐승은 좆심 하나로 무리를 정복하지. 두고 보라고. 저놈이 얼마나 의젓하게 무리들을 거느리는가를 말이야. 뿔을 자르고 한 달 안에 암놈들이 한꺼번에 발정을 해. 황제는 모든 암놈을 다 차지하지.”
“그래서 황제 사슴은 피를 안 뽑는 거군요.”
“그럼. 그건 황제만의 특권이지.”
“목장장님, 그렇다면 녹용도 자르지 말아야 하잖아요?”
오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권위를 생각하면 그래야지. 모든 수놈이 맨대가리로 다녀도 황제 혼자 왕관을 쓰고 다니면 얼마나 멋있겠어? 그 문제 때문에 사장하고 한바탕 싸운 적이 있지. 하지만 내가 졌어. 젠장, 사슴뿔은 놔두면 저절로 낙각이 돼서 어차피 봄이면 새로 나오게 마련 아니냐 허는 말에 내가 밀렸지.”
나는 우두머리 사슴에 대한 배려가 사장의 뜻이 아니라 순전히 그 혼자만의 뜻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득 그의 이상한 집착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녹용이 왜 사람 몸에 좋은가 자네는 아나?”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말씀해 주세요.”
그는 거리의 약장수처럼 열을 올려 말하기 시작했다.
“사슴은 신령한 동물이야. 봄에는 새 뿔이 나고 가을에는 그게 떨어졌다가 다시 봄에 돋아나지. 세상에 해마다 거듭나는 동물은 그거밖에 없어. 그리구 사슴은 뿔을 하늘을 향해 올리구 있어. 피가 그걸 타고 하늘로 올라간단 말야. 소한테도 뿔은 있지만 아래로 휘어져 버릴 뿐이지. 사슴은 지상에서 제일 가는 동물이란 말야. 그래서 녹용이나 녹용을 자를 때 치솟는 피는 심신을 강하게 하고 원기를 강하게 하는 거지. 이 목장에선 황제의 피가 제일이겠지. 하지만 그건 사장도 마실 수 없어.”
“황제는 값이 얼마나 나갈까요?”
내 말에 오씨는 고집스런 아이처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황제는 팔 수가 없어. 사장도 내 승락 없이는 팔 수가 없단 말야.”
그의 표정이 하도 엄숙해서 나는 황제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다.
사슴 목장의 목부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어느 날 오씨는 이렇게 말했다.
“엘크 기르기란 오륙칠월 석 달만 정신 없이 바쁘긴 하지만 삶은 개 눈깔 빼기처럼 쉬운 일이지. 엘크는 병치레도 없고 양순해서 먹이만 제대로 주면 말썽될 게 없어. 도둑이나 막고, 수놈들이 힘겨루기를 해서 죽는 일이 없도록 살피기만 하면 된단 말야.”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먹이라고 해야 건초에 콩깻묵과 무청, 고구마 따위를 섞어 주면 되고 배설물을 치울 필요도 없었다. 마침 10도 쯤 경사진 땅에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저절로 밀려내려 배수로에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겸해서 세파트를 끌고 목장 안팎을 샅샅히 돌아보았다. 그런 다음 전기 펌프에 연결된 호수를 끌고 가서 우리 안에 있는 물통들을 깨끗하게 비우고 적당히 물을 채워 넣었다.
그게 끝날 즈음 우루르 우르르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오씨가 사육동에서 잠을 잔 사슴들을 우리로 내몰아 그것들이 신바람나게 달리는 소리였다. 사슴들은 한 바탕 미친듯이 달린 뒤에야 물을 마시러 모여드는 습성이 있었고 앞장서 무리를 이끄는 것은 오씨가 황제라고 부르는 우두머리 수컷이었다.
오씨는 사육장 밖에 서서 그놈들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점호--이 군대식 용어는 막 군대에서 나온 내가 붙인 게 아니라 이미 그가 사용하고 있었다--를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달릴 때에도 질서가 있어 안쪽에는 어린것과 암놈들이, 밖에는 수놈들이 제각각 서열에 따라 달린다고 했다. 사슴 목장에서 십 년이나 일한 그는 사슴들이 대여섯 바퀴만 달리면 건강상태와 뒤바뀐 서열까지 대번에 파악하는 것 같았다.
사슴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조용히 물을 마실 때면 그는 내게 전체 마리수를 세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까 달릴 때 이상하게 보였던 것들을 찾아내 살피는 것이었다. 그 러나 다른 것들에 대한 관찰은 형식적이고 그는 많은 시간을 우두머리 사슴을 살피는 것으로 보냈다.
“쯧쯧 간밤에 잠을 푹 자지 못했구나. 내가 너희 무리에게 먹을것 잘 곳 다 마련해 주고 있지 않느냐. 너는 황제의 권위를 지키면서 품위를 유지하면 되는 거야.”
그는 우두머리 사슴에게 마치 대화를 하듯이 말하곤 했다. 그것은 아침뿐만이 아니었다. 낮이고 저녁이고 그의 관심은 늘 황제한테 가 있었다. 다른 수놈도 그렇지만 황제는 하루가 다르게 뿔이 자라고 있었고 정말 왕관처럼 멋있었다.
아침 점호가 끝나면 나는 숙소로 가서 전기 밥솥에서 밥을 퍼서 아침상을 차렸다. 주인 집에서 이따금 특별한 음식이나 찬거리를 가져오는 수도 있었으나 우리는 늘 시들어빠진 밑반찬을 먹었다.
오전 동안은 목장 안팎을 청소하는 것이 일과였다. 구석구석 비질을 하고 때로 골프장의 잔디도 깎았다. 사슴들은 더러 괜히 겅둥거리고 뛰어다니고 자기보다 힘이 강한 놈에게 시비를 걸거나 암놈을 찝적거리는 놈들이 있지만 대부분 조용히 지냈다. 나무 그늘에 들어가 멍청히 서서 조는 놈들도 있었다.
점심에는 간단히 먹이를 주고 오후에는 저녁과 아침 먹이를 위해 건초에 이것저것 섞어두고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해질녘에야 일어나 저녁 먹이를 주고 사슴들을 사육사로 몰아넣은 뒤 세파트들을 배치해 놓고 느즈막히 저녁을 먹었다. 밤에 한두 시간 간격으로 공기총을 들고 세파트와 함께 순찰하는 일이 남아 있었지만 며칠이 지난 뒤부터는 나 혼자 했다.
어느 날, 나는 힘이 꽤 있어 보이는 수놈 하나가 황제 사슴에게 치받는 시늉을 하며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도전인지 장난을 거는지 알 수 없는 가벼운 행동이었다. 그러자 황제 사슴은 뿔을 다치지 않으려는 듯 두 발로 꼿꼿이 일어서더니 허공으로 붕 뜨 며 뒷발로 그놈의 목을 걷어차 버렸다. 덤벼든 놈은 비척비척하다가 목을 외로 꼬꼬 달아나 버렸다. 저 정도니까 황제로 불릴만 하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인 장사장은 거의 매일 외국제 승용차를 몰고 나갔다. 오씨가 워낙 빈틈없이 관리를 하기 때문인지 나갈 때와 들어올 때 한바퀴 휘 돌아보며 한 마디씩 했다. 건초가 떨어지지는 않았나요. 목장장님이 알아서 전화 주문을 하세요. 뉴질랜드산 녹용이 올해는 삼십퍼센트 더 수입된대요. 하지만 사슴뿔도 신토불이가 제일이지요.
오씨는 그가 걷도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새로 문을 연 골프장하고 온천에 가서 사는 거지. 그래야 뿔을 자를 때 손님이 몰려올 테니까.”
오씨와 나는 밤에 단 둘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는 술이 거나해지자 반백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축축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기고 돌아왔네.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 동네 잔치하네.
내가 박수를 치며 같이 부르자 그는 신명이 나서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리고 노래가 다 끝났을 때는 눈빛을 청년처럼 빛내면서 주먹을 부르쥐었다.
“소대장이 전사한 뒤 서른 명이나 되는 소대원들은 내 얼굴만 바라봤지. 적은 북을 울려 신호를 교환하며 포위망을 점점 좁히고 있었어. 나는 비장하게 말했지. ‘소대원 제군, 옛말에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살고 살려고 하는 자는 죽는다고 했다.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자.’하고. 그 뒤 둘이 또 전사하기는 했지만 나는 포위망을 돌파하고 부하 삼십명을 살렸어.”
그는 서랍에서 비타민제를 담는 알루미늄 상자를 꺼내 열었다. 그 속에는 무공훈장이 들어 있었다.
“내가 훈장을 받던 날, 연대 본부에서 열병식을 벌였지. 나는 연대장 옆에 서서 군악대와 군기(軍旗)에 이어 군대가 경례하며 행진하는 걸 지켜 봤어. 연대장이 날더러뭐라 했는 줄 알아? ‘오중사, 지휘력이 탁월한 네가 장교가 아닌 게 아깝다. 장교로 만들어 줄 테니까 나하고 같이 귀국해 내가 보직받는 부대로 가자’ 라고 했지.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하고 나는 말했지. 제기랄, 장교 후보생으로 가고 싶어도 난 중학교 졸업장밖에 없었거든. 하지만 연대장은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내가 대답했다.
“안면몰수하고 혼자 귀국했나요?”
그는 뚜릿뚜릿한 눈을 하고 말했다.
“그랬어. 그 사람은 별을 달고 귀국했지. 내 면담 요청을 하자 내일 오후 세시에 오라고 했지. 다음날 가보니까 헬기를 타고 떠난 뒤였어. 나는 늘 그렇게 당했어. 사우디에 가서도 반장 노릇을 했는데 부장한테 이용만 당했지. 아파트 경비원도 해봤는데 어느 집이 도둑을 맞자 나를 해고해 버렸어. 그러다가 이 목장으로 왔어. 돈이야 사장이 댔지만 철망 하나 기둥 하나 내가 다 만든 거야.”
나는 그의 술잔에 소주를 부어 주었다.
“여기 장사장은 목장장님을 단단히 신뢰하니까 이젠 맘놓으셔도 되지요, 뭐.”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민수야, 네가 보기에 그렇냐?”
“그럼요. 목장장님 안 계시면 여긴 닷새도 못견딘다구요.”
그는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스쳐 갔다.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목장장님은 왜 가족한테서 전화가 안 오나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가족이 없어. 그러니 다음부터 그 말 꺼내지 말어.”
나는 더 물을 수가 없었다.
목장에서 일한지 한 달인 지나 임금을 받은 나는 옷가지도 사고 책도 몇 권 살 겸 서울로 나갔다가 집에 들렀다. 이웃집 안태평 씨는 월급 받은 돈으로 술을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하자 싱글벙글하며 따라나섰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척하며 오씨의 과거에 대해 물었다.
“목장장님은 부인이 언제 돌아가셨나요?”
사람 좋은 안태평씨는 물색없이 말했다.
“죽은 게 아니구 헤어졌지. 그 친구가 사우디에 가 있는 동안 마누라가 집을 나간 거야. 젊은 녀석하고 눈이 맞았지. 그걸 알고 돌아와 용서하겠다고 같이 살자고 했지만 여자가 싫다며 떠났어.”
“아이들은 없나요?”
“딸이 둘 있어. 큰딸은 시집 갔구 둘째는 봉제 공장에 다니지. 나한테 걔들 전화번호가 있을 거야.”
“그럼 속옷이라도 사들고 한 번 와보라구 하세요. 다 낡아 떨어졌거든요.”
안태평 씨는 오씨가 아내와 헤어지면서 풀이 죽었었는데 사슴 목장에 간 뒤부터 기력을 되찾았다고 하며 농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슴피를 먹어서 좋아졌는지두 모르지.”
나는 그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외로움을 이기려고 목장 일에 열심히 매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목장 일은 갑자기 바빠졌다. 곧 일 년 농사의 수확이나 다름없는 뿔 자르기가 시작될 것이라 특별히 사슴들을 잘 먹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뿔은 물 오른 나뭇가지처럼 하늘을 향해 뻗치고 있었다. 사장은 고객에게 안내장을 우송하고 전화를 걸고 있었으며 근처에 있는 시사이드 골프장과 온천장에 포스터를 붙이고 안내 팜플렛을 돌렸다. 한약재 상인들이 몰려 있는 경동시장에서 사람들이 와서 사슴들의 영양상태와 뿔의 모습을 살피고 갔다. 오씨는 황제에게 더 열중했다.
마침내 유월이 왔다. 뿔이 빨리 자란 놈들부터 녹용을 채취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었다. 첫 채혈은 일요일 오전에 시작되었다. 녹혈을 마시려고 도시에서 수십 명이 몰려왔던 것이다.
오씨는 나와 함께 마취총을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저놈 엉덩이를 조준해서 쏴.”
그가 총을 건네주며 말했다.
나는 총을 받아 마취탄을 쏘았다. 엉덩이에 총알을 맞은 놈은 놀라 껑충 뛰어올랐으나 약기운이 퍼지면서 비틀비틀하다가 앞다리를 꺾으며 고꾸라졌다. 오씨는 그놈에게 달려들어 뿔의 밑둥에 단단히 고무줄을 감아 지혈을 했다. 그리고는 톱을 잡아 녹용의 지혈 부분 위를 잘랐다. 녹용 부분에서 피가 흘러 내리는 것을 내가 눈금이 표시된 큰 원통형 유리 그릇에 담았다.
“내가 고무줄을 한 쪽씩 풀 테니 너는 눈금을 읽어. 이놈은 육백 씨씨가 넘으면 안 돼.”
그는 이렇게 명령하고 한 쪽 고무줄을 풀었다. 그러자 잘린 뿔의 밑둥에서 선혈이 솓구쳤다. 나는 유리 그릇으로 그것을 받았다. ‘오십 씨씨, 백 씨시, 백오십 씨씨…’하고 눈금을 읽으면서.
다시 고무줄을 감고 지혈제를 바르는 동안 뿔을 빼앗긴 사슴은 마취된 채로 누워 있었다. 그렇게 대여섯 마리의 뿌리를 잘랐을 때 사슴들은 처음 쓰러진 놈들부터 부시시 일어나 비칠비칠 걸었다.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진 게 이상한지 이리저리 목을 돌려보고 벽에 들이대보다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잘린 녹용과 유리 그릇에 담긴 녹혈은 응접실로 옮겨졌다. 그러면 고객들은 뿔을 구경하면서 녹혈을 마셨다. 인삼과 대추를 섞은 물에 타서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병자에게 주기 위하여 활명수가 가득 든 큰 병에 녹혈을 섞어 급히 차를 몰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활명수는 피를 엉기지 않게 한다고 했다.
열 마리도 넘는 사슴의 뿔을 자른 그 날, 오씨와 나는 밤에 다시 술을 마셨다. 나는 몸에 피비린내가 밴 것 같아 거푸 몇 잔 술을 들이켰다.
“왜? 사슴피를 너무 빼앗아 마음이 아프냐?”
그의 말에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저도 수사슴들과 정이 들었거든요. 마취에서 깨어나 뿔을 빼앗긴 걸 깨닫고 우는 모습이 딱했어요. 피가 부족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군요.”
“황제도 다음 주 쯤엔 뿔을 잘라야 할 텐데 걱정이야. 그놈은 뿔을 빼앗긴 뒤 미친듯이 뛰어다니지.”
그가 말했다.
황제의 녹용 채취는 다음주까지 가지 않았다. 우리가 술을 마시고 사흘이 지났을 때 였다. 사장이 외제 승용차 몇 대를 선도해 왔는데 여기서 내린 손님들 가운데는 골프장 주인인 김회장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김회장이 대뜸 손으로 황제 사슴을 가리켰던 것이다.
“저놈 아주 늠름하게 생겼군.”
김회장의 곁에 서 있던 목장 장사장이 말했다.
“저놈은 수사슴들을 모두 굴복시킨 황제입니다. 석 달 뒤면 암놈들이 발정을 하는데 저놈은 혼자서 차지할 겁니다.”
“허, 그래요? 암놈이 몇 마리인데요?”
“육십 수 정도 됩니다.”
“정말 대단하군. 거무튀튀한 배밑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뿌듯해지는군. 어때요, 장사장? 난 저놈의 녹용을 통채로 사가고 피는 이 자리에서 우리 중역들하고 나눠 마시고 싶소.”
장사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그러자 오씨가 손바닥을 제쳐 내저으며 나섰다.
“그건 안 됩니다. 피를 뽑으면 힘을 못쓰니까요.”
김회장은 오씨를 흘깃 바라보고는 입을 다물었고 장사장이 당황한듯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오씨. 회장님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어서 뿔을 자르고 피를 받아요.”
오씨는 얼굴이 하얘지면서 두 눈에 물기가 맺혔다.
“알았습니다요. 사슴은 사장님 소유니까요.”
오씨가 나를 바라보며 손짓을 했으므로 나는 마취총을 들고 나왔다. 이 때 그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마취탄을 장전하고 그의 곁으로 갔다. 이 때 황제 는 위험을 깨달았는지 전체 무리를 이끌고 뽀얗게 먼지를 일으키며 울타리 바로 안쪽을 내달리고 있었다.
“한 번에 명중시켜.”하고 그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긴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마취탄은 어깨에 명중하고 그놈은 한 바퀴를 더 달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이 떨렸으므로 내가 뿔의 밑둥에 고무줄을 감았다. 톱질도 내가 하려 하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내가 잘못 자를까 봐 그러는 것 같았다.
뿔을 잘라내고 피를 받으면서 그는 사슴에개 말했다.
“미안하다, 황제야.”
마취에서 깨어난 황제 사슴은 역시 다른 것들과 달랐다. 마취약 기운이 남았을 텐데도 뿔이 잘린 빈 머리를 흔들며 무섭게 질주하더니 철망을 머리로 들이받기 시작했다.
“뿔만 잘랐을 때는 저 정도까지는 날뛰지 않았는데. 마치 항의하는 것 같아.”
황제 사슴은 잘린 뿔 밑둥을 잡아맨 고무줄이 풀리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가 내게 소리쳤다.
“어서 마취탄을 다시 쏴.”
나는 다시 총을 쏘아 그놈을 쓰러뜨리고 지혈을 했다.
그 날 이후 그는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입을 다물고 살았다. 사슴 뿔 자르기는 한 달 반이나 더 계속되었는데 그는 그저 묵묵히 일했다. 사장은 골프장 출입이 더 잦아졌고 오병국씨를 보아도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일찍 뿔을 자른 사슴들은 이미 상처에 딱지가 앉았고 피가 보충되었는지 기력도 회복했다. 황제 사슴도 마찬가지였다. 그놈은 여전히 의연하게 군림했으며 아침에 우리안을 달릴 때는 선두에 서서 달렸다. 그놈에게 변한 것이 있다면 정액이 고였다는 아랫배의 거무퀴튀한 자리가 훨씬 적어졌다는 것이었다.
구월 하순이 되면서 암놈들 일부가 발정을 시작했는지 수놈들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오병국씨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나는 황제 사슴의 권위가 위협 받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큰 싸움이 벌어졌다. 황제 사슴보다 두 살이 적은 젊은 사슴, 석 달 전 도전했다가 발길질에 목을 얻어맞고 혼쭐이 났던 그 수사슴이 덤벼들었던 것이다. 두 놈은 겨우 딱지가 앉은 뿔 없는 맨대가리로 딱딱 소리를 내며 서로 들이받았고 발길질도 무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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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0
이성현70님의 댓글
선배님 오랜만에 들어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박지성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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