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원규(65회)의 인천설화(4)--계양샨 부싯돌
본문
화승총의 필수품 계양산 부싯돌
임진왜란에서 참패한 조선 조정이 화승총을 만들고 화약과 함께 신속히 불을 일으켜 심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부싯돌을 연구하게 되었다. 거기 열심히 매달린 사람으로 정두원(鄭斗源)이라는 무관이 있었다.
정두원은 광주 정 씨(光州鄭氏)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병서와 경서를 읽고 무예를 닦은 뒤 무과에 급제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므로 그는 하급 지휘관으로서 혹독하게 전쟁을 치렀다.
전란이 잦아들었을 때, 그는 부하 정효길(鄭孝吉), 박무길(朴武吉)과 더불어 지나간 전쟁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가 부하들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정신적인 무장이 덜 되어 왜놈들한테 짓밟혔지만 그보다 큰 건 무기가 왜놈들한테 뒤진 때문이네. 백성들의 정신적인 무장은 나라님이나 정승님들이 고심할 내용이네. 우리는 무관으로서 무기개발을 힘써야 하네. 왜놈들 조총보다 훨씬 좋은 총과 화약을 만들어야 하네.”
정효길이 말했다.
“총이야 군기도감에서 단단히 벼르며 만들려고 애쓰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총을 발사시키는 심지나 점화장치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정두원은 그게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전국의 부싯돌 생산지를 수소문하여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부평 땅 계양산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여름에 부평 저자에 온 정효길은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피할 겸 빈 속도 채울 겸 주막으로 들어갔다. 술손님이 없어 하품을 하고 있던 주모가 반색을 하며 일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
정효길은 마루에 앉았다.
“배도 출출하고 하니 알아서 주시게.”
“계양산에서 잡은 꿩고기 안주와 계양산 약수로 만든 약주가 있습니다.”
“그걸 주시게.”
비에 젖은 갓을 털던 그는 주모가 부싯돌을 툭툭 쳐서 손쉽게 불을 일으키는 것을 보는 순간 벌떡 일어섰다.
충충하게 어두운 구석에서 부싯돌은 번쩍번쩍 섬광을 일으키며 단 두 번만에 부싯깃에 불이 붙었다. 부싯깃은 보통의 마른 약쑥이었다.
“주모, 그 부싯돌 나 좀 보여주게.”
정효길은 부싯돌을 받아 들었다. 주방에서 쓰는 것이라 손때가 묻어 있지만 그는 그것이 티 하나 없는 순백의 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부딪쳐 보았다. 번쩍번쩍 불이 일어나는데 몇 번 반복하자 허공에서 잠깐 불길이 일어나 일렁거리다가 꺼졌다. 전국 각지를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좋은 부싯돌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걸 어디서 났는가?”
그의 물음에 주모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주정뱅이 박판돌이가 줬어요.”
“이걸 어디서 구했다고 들었는가?”
“안남산에서 주웠다고 들은 걸요.”
“그 사람이 어디 사는가?”
“안남산 아래 살지요.”
“날 좀 만나게 해주게. 아주 중요한 일이네.”
주모는 술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박판돌을 데려 왔다.
“내 부탁을 들어주면 자네 석 달 마실 술값을 대겠네. 주모가 가진 부싯돌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게나.”
“알았습니다. 당장 모시고 갈 수 있지요.”
“내가 마음이 바쁘지만 비가 그친 뒤 가세.”
정효길은 다음날 박판돌을 데리고 계양산으로 갔다. 그리고 두 군데에서 매우 큰 석영 원석을 발견하였다. 부싯돌로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강하고 단단한 돌이었다.
정효길의 보고에 따라 정두원은 현장에 와 보고, 군사들이 휴대할 수 있는 부싯돌을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술주정뱅이에게 발견되었던 원석을 확보함으로써 이때부터 계양산 부싯돌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후 원석은 계양산과 주변에서 또 다시 발견되었고 군사용뿐만 아니라 총을 쏘는 포수들에게 애용되었다. 그리고 대궐이나 사대부 집은 물론 백성들도 사용하게 되었다.
전국의 저자에서
“단 한 번에 일어나는 부싯돌, 부평 안남산 부싯돌이오.”
하는 한 마디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전국으로 행상을 나갔다. 그들은 근방의 바로뫼 고개(현재의 서구 검암동 소재)의 특산물인 숫돌과 함께 부싯돌을 지고 나가 팔았다.
“부평 안남산의 부싯돌, 부평 바로뫼의 숫돌을 팝니다.”
그러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더구나 몇십 년 지난 뒤 담배가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부싯돌의 인기는 더 커졌다.
계양산 부싯돌은 개항과 동시에 인천에 진출한 외국 회사 세창양행이 성냥을 수입하고, 뒷날 성냥공장을 인천에 세우면서 인기를 잃었다.
부싯돌은 옥수(玉髓)와 석영(石英)으로 구성된 차고 단단한 암석을 말한다. 회색․갈색․흑색 등 여러 가지 빛깔이 있으며 반투명 또는 불투명하다. 두 개의 부싯돌을 잡고 부딪치면 불이 일어나는데, 그 위에 마른 쑥 같은 부싯깃을 놓아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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