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보이시는 어머니를 못본척하며 자는 척 했다. "난 꼭 성공할꺼야." 밤새 이렇게 외쳤다.
다음날 아침
수업료라며 엄마가 돈을 쥐어 주신다. 얼마나 가지고 계셨는지 너무도 꼬깃하고 지져분한 돈이었다.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부르신다. 적어도 선생님만은 내편이셨다. 어머니께 잘 해드리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신다. 선생님께서 나물 맛있게 먹었다고
어머니께 전해 달란다. 난 그러마 했다.
하교 길에 길 모퉁이 배추가게 쓰레기통에서 배추잎 들을 주어 모으시는
어머니를 본다. 난 모른척 얼른 집에 들어와 버렸다. 그날 저녁 배추국이 밥상에 올라온다. "이 배추!" 난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께선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배추가게 아저씨가 팔다 남은거라고 버리기 아까우니 가져가서 민석이 국 끓여 주라고 하더구나"
어머니의 말에 난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정말로 난 거지자식이 되어 버린 것 만 같았다.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하는 어머니가 너무도 싫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이 어머니 생신이셨다고 한다.
~~~~~~~~~~~~17년후~~~~~~~~~~~~~~~
난 의사가 되었다. 가정도 꾸리고 병원도 장모님께서 개업해
주셨다. 난 너무도 풍요로운 생활에 어머니를 잊고 살았다. 돈은 꼬박꼬박 어머니께 보내 드렸지만 찾아가 본적은 없었다.
아니 어머니라는 존재를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는 해석이 옳을지 모르겠다.
그런 어느날..... 퇴근길에 우리집
앞에 어느 한노인과 가정부 아주머니가 싸우고 있는걸 봤다.
다가서니 그노인은 내가 가장 잊고자하는 어머니였다. 전보다 더
야윈 얼굴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여전히 절뚝거리는 다리...... 어머니는 나를 보고 기뻐하신다.
"민석아 많이
좋아졌구나." 난 어이 없다는듯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난 차갑게 한마디 한다. 뭐가 모자라서 나에게 온단 말인가...
그동안 생활비로도 모자라단 말인가? 민...석....아....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 "전 민석이가 아니라 최영호입니다."
난 이 한마디를 끝으로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정부가 애써 돌려 보낸후 별 노망든 할머니가 다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후 한달동안 난 악몽에 시달린다.
할수없이 난 다시는 되돌아 가기 싫은 시장이 있는 시장 한귀퉁이에 여전히 나물을
팔며 기침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난 가만히 곁에 가서 지켜본다. 나물을 사려는 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할머니는 자식이 없나요?" "아니여. 우리 아들이 서울 큰 병원 의사여. 자꾸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는디 내가 싫다
혔어.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자식 신세를 져.
요즘도 자꾸 올라오라는거 뿌리치느라고 혼났구만.
우리 아들같은 사람 세상에 둘도 없어. 우리 아들이 효자여 효자."
어머니는 자식자랑에 기분이 좋았는지 나물을 많이도 넣어 드린다.
그런 어머니를 뒤로하고 난 예전의 집으로 향한다.
아직도 변한게 없는 우리집 거의 쓰러져 가는데도 용케 버티고
있었다. 이런곳에서 살았다는게 생각에 없을 정도였다. 난 방틈으로 돈봉투를 넣어놓고는 돌아선다.
1년이 지난후 난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고교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그래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 발길은 어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시장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정말로 보이질 않았다. 도착한 곳에는 선생님이 혼자 집을 지키고 계셨다. 나를 알아보신
선생님 아무말씀도 없으시다.
무거운 침묵.......
"민석아 내옆에 와서 잠깐 앉아라." 선생님이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셨다. 선생님께선 낯익은 보따리를 나에게 주신다. 바로 어머니가 가지고 다니시던 나물보따리셨다. 이 보따리에다 밤새
다듬은 나물들을 싸서 시장에 팔러 가시곤하셨다.
"풀러 보거라" 선생님의 말씀대로 난 보따리를 풀렀다.
"돈 아닙니까."
"그래 돈이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주시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동안 네가 돌아올까봐서
그리고 혹시나 네가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사업을 할수있도록 모아두신 돈이란다.
너하나 믿고 무슨 미련인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너를 기다렸다.
너에게 잘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 하셨다.
내가 가끔 네 어머니의 말 동무가 되어드렸단다.
그래서 나에게 네 어머니의 유언을 전하도록 부탁하셨다.
그리고 네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도 함께 말이다
선생님의 얘기들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생님의 얘기는 이러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적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은 자식이 없던 터라 나를 데리고가서 키웠다고 한다.
퇴근길에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늦게 얻은 자식이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한다.
어린
나를 집에 혼자 둘수 없어 항상 나를 공사판에 데리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런 어느날 무너지는 철근 밑에 있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뛰어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와 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셨다고 한다.
그 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쪽다리를 잃으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난 아버지의 목숨과 어머니의 다리로 살아난 운좋은
놈이라고 한다. 혼자가 되신 어머니. 다리마져 불편하신 어머니께 주위사람들은 나를 고아원에 보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어머닌 나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이 여기셨기에 나를 버리시지않고 키우셨다고 한다.
그후 어머닌
아버지를 잊기위해
이곳으로 옮기셔서 나물을 팔며 나를 키워오신거란다. 내가 대학다닐때 암인걸 아신 어머니는 자신의
몸보다 내 학비를 마련하기위해 병원에도 가지 않으셨다고 한다. 암 전문의로 명성을 날리는 내가 내 어머니를 암으로 돌아가시게 하다니....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번 보고자 물어물어 서울까지 오셨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 난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다.
낳은 자식도 아닌데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이 여기셨던 어머니를 버린 나
자신을 용서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조용히 내려보시는 어머니의 사진이 잔잔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자식마져도
어머니는 사랑하시나 보다.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모셔온글]
댓글목록 0
공관규님의 댓글
공관규
2007.05.17 15:53
가슴 한켠이 저며오는 이유는 왜 일까요.반성해 봅니다.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성실..!
댓글목록 0
공관규님의 댓글
가슴 한켠이 저며오는 이유는 왜 일까요.반성해 봅니다. 선배님의 좋은글 감사합니다.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