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단골 손님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7.09.16 13:25
조회수 : 1,125
본문
"색깔이 너무 밝지?
그냥 잠바 입고 갈까봐"
3년만에 다시 꺼내 입은 양복이 어색한지
남편은 거울 앞에서 몇 번씩
옷 매무새를 살폈다.
꽉 끼던 윗 옷은 어깨심 하나를
더 넣어야 할 만큼 헐렁해졌고
바지도 허리춤까지 추켜올려
허리띠를 매 보지만
자꾸 속에 넣은 셔츠가 빠져나왔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눈물로 나올 것 같아
출근 시간에 늦겠다며
남편 손을 잡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표 끊고 전철을 기다리는 5분 동안
남편은 긴장이 되는지
늦을까 염려가 되는지
몇 번씩 손목 시계를 본다.
그 때 비녀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각시도 출근하나?"
"아니요! 오늘만 회사까지 배웅하려구요"
어젯 밤 아주머니에게
남편이 출근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기뻐하시며 일부러
전철역까지 나오신 것이다.
아주머니는 남편 손을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부부는 아주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머니등 뒤로 비추는 햇살이
맑고 따뜻했다.
한 직장에서 20년을 일한 남편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우리 집 전세금까지 빼서
회사를 살리려고 했다.
회사에서는 다시 일어 설 희망이 없자
남편에게 다른 직장을 알선해 주며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 한 몸 편하자고
다른 회사에 갈 수 없다며
회사 물건을 팔기 위해
전철에서 손가방 보따리 장사까지 시작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며
몇 번이나 보따리를 쌌다.
하지만 혼자서 끝까지 회사를 지키겠다며
밤샘하는 남편 앞에서
내 몸 하나 지치는 것만 내세우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남편을 따라 나섰지만
전철 첫 칸에서 끝 칸까지
짐 가방만 질질 끌고 다닐 뿐
물건 사라는 말 하마디 꺼내지 못했다.
어디선지 여고 동창생,고향 친구,
109호 아주머니가 뛰쳐나올 것 같아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물건이라도 손에 들고 있으면
필요한 사람은 사겠지 싶어서
가방을 한 아름 안고
전철 안을 왕복하고 있는데
비녀 아주머니께서
첫 손님이 되어 주신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기쁘던지
물건 값을 받는 것도 잊은 채
"고맙습니다"만 연발했다.
그래도 가방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계속 짐 가방만 끌고 다니자
아주머니께서 답답하셨던지
"자 !! 사세요.김 지미.엄앵란 가방입니다.
문희의 꽃 가방도 있습니다"하고
보따리 장사를 대신 해 주시는 거였다.
가족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기 힘든 일을
아주머니께서는 당신 일처럼 도와주셨다.
그 날 우리 부부는 장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가방 17개를 팔고
6만원이 안 되는 돈을 몇 번씩 헤아려 보며
큰 돈을 번 것처럼 들떴다.
비녀 아주머니께서 주신 용기로
나는 이 승연,고 소영,보아까지 이름을 불러가며
손 가방을 열심히 팔았다.
저녁이면 목이 쉬어서
아이들 이름도 제대로 부를 수 없을만큼
힘이 들었지만, 남편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었다.
그러기를 3년!!
오늘 남편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어젯 밤 남편은 짐 가방을 내가 버릴까봐
염려가 됐던지
"우리가 남길 유산이야, 잘 보관해"라며 당부했다.
어렵고 캄캄한 세월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더디기만 했던 세월이 지나고 나니
한 순간으로 느껴지고
그마져도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그리움은 전철에서 우리를 만날 때마다
손 가방을 사 주셨던 비녀 아주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은 우리 부부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사랑과 힘을 주신
단골 손님이셨다.
내릴 채비를 하는데
커다란 상자에 고무장갑을 가득 담은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나처럼 말도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씩씩하셨다.
"1미터를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고
삶아도 되는 고무장갑이
세 켤래에 천원"이라며
사람들 무릎 위에 한 개씩 놓으셨다.
우리 셋은 말 없이 웃으며
옆 사람이 내려 놓은 것까지 샀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첫 손님인듯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씩 하셨다.
비녀 아주머니가 우리 부부에게
단골 손님이 되어 주셨듯이
그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단골 손님이 되어 주고 싶었다.
" 그 장갑 다 뭐 할건데?"
우리와 헤어지며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물으셨다.
"비밀이예요, 아주머니는요?"
"나도 비밀!!"
하지만 우리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안다.
내일도 찰 고무장갑 아주머니를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생각 중에서==
그냥 잠바 입고 갈까봐"
3년만에 다시 꺼내 입은 양복이 어색한지
남편은 거울 앞에서 몇 번씩
옷 매무새를 살폈다.
꽉 끼던 윗 옷은 어깨심 하나를
더 넣어야 할 만큼 헐렁해졌고
바지도 허리춤까지 추켜올려
허리띠를 매 보지만
자꾸 속에 넣은 셔츠가 빠져나왔다.
울컥거리는 마음이
눈물로 나올 것 같아
출근 시간에 늦겠다며
남편 손을 잡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표 끊고 전철을 기다리는 5분 동안
남편은 긴장이 되는지
늦을까 염려가 되는지
몇 번씩 손목 시계를 본다.
그 때 비녀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각시도 출근하나?"
"아니요! 오늘만 회사까지 배웅하려구요"
어젯 밤 아주머니에게
남편이 출근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기뻐하시며 일부러
전철역까지 나오신 것이다.
아주머니는 남편 손을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부부는 아주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머니등 뒤로 비추는 햇살이
맑고 따뜻했다.
한 직장에서 20년을 일한 남편은
회사가 어려워지자
우리 집 전세금까지 빼서
회사를 살리려고 했다.
회사에서는 다시 일어 설 희망이 없자
남편에게 다른 직장을 알선해 주며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 한 몸 편하자고
다른 회사에 갈 수 없다며
회사 물건을 팔기 위해
전철에서 손가방 보따리 장사까지 시작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며
몇 번이나 보따리를 쌌다.
하지만 혼자서 끝까지 회사를 지키겠다며
밤샘하는 남편 앞에서
내 몸 하나 지치는 것만 내세우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남편을 따라 나섰지만
전철 첫 칸에서 끝 칸까지
짐 가방만 질질 끌고 다닐 뿐
물건 사라는 말 하마디 꺼내지 못했다.
어디선지 여고 동창생,고향 친구,
109호 아주머니가 뛰쳐나올 것 같아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물건이라도 손에 들고 있으면
필요한 사람은 사겠지 싶어서
가방을 한 아름 안고
전철 안을 왕복하고 있는데
비녀 아주머니께서
첫 손님이 되어 주신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기쁘던지
물건 값을 받는 것도 잊은 채
"고맙습니다"만 연발했다.
그래도 가방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계속 짐 가방만 끌고 다니자
아주머니께서 답답하셨던지
"자 !! 사세요.김 지미.엄앵란 가방입니다.
문희의 꽃 가방도 있습니다"하고
보따리 장사를 대신 해 주시는 거였다.
가족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기 힘든 일을
아주머니께서는 당신 일처럼 도와주셨다.
그 날 우리 부부는 장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가방 17개를 팔고
6만원이 안 되는 돈을 몇 번씩 헤아려 보며
큰 돈을 번 것처럼 들떴다.
비녀 아주머니께서 주신 용기로
나는 이 승연,고 소영,보아까지 이름을 불러가며
손 가방을 열심히 팔았다.
저녁이면 목이 쉬어서
아이들 이름도 제대로 부를 수 없을만큼
힘이 들었지만, 남편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었다.
그러기를 3년!!
오늘 남편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게 된 것이다.
어젯 밤 남편은 짐 가방을 내가 버릴까봐
염려가 됐던지
"우리가 남길 유산이야, 잘 보관해"라며 당부했다.
어렵고 캄캄한 세월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더디기만 했던 세월이 지나고 나니
한 순간으로 느껴지고
그마져도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그리움은 전철에서 우리를 만날 때마다
손 가방을 사 주셨던 비녀 아주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은 우리 부부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사랑과 힘을 주신
단골 손님이셨다.
내릴 채비를 하는데
커다란 상자에 고무장갑을 가득 담은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나처럼 말도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씩씩하셨다.
"1미터를 잡아당겨도 찢어지지 않고
삶아도 되는 고무장갑이
세 켤래에 천원"이라며
사람들 무릎 위에 한 개씩 놓으셨다.
우리 셋은 말 없이 웃으며
옆 사람이 내려 놓은 것까지 샀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첫 손님인듯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씩 하셨다.
비녀 아주머니가 우리 부부에게
단골 손님이 되어 주셨듯이
그 아주머니에게 우리가
단골 손님이 되어 주고 싶었다.
" 그 장갑 다 뭐 할건데?"
우리와 헤어지며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물으셨다.
"비밀이예요, 아주머니는요?"
"나도 비밀!!"
하지만 우리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안다.
내일도 찰 고무장갑 아주머니를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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