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7.11.17 04:55
조회수 : 1,078
본문
의부증이 심해
남편을 가둬 두고 산다는
할머니가 있었다.
관(棺)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무려 10년이 넘도록
할아버지를 본 사람이
동네에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 몰래 자물쇠 잠긴 방의
뚫어진 창호지 틈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기절할 듯 놀랐다.
수도승처럼 정좌하고 있던
노인의 형형한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오랜 감금 생활의 결과로
다리 근육이 퇴화래 버려
혼자 일어나 설 수 조차 없었다.
과더 탄광 근무 시절
간부의 횡포에 맞서
지나는 차 앞에 드러누워 항의했던
기백의 소유자였다는데
어떻게 그런 분이 발길질 한 번이면
나가 떨어질 문짝 안에서
10년을 넘게 묵묵히 앉아 있었을까.
한때 부부를 떼어 놓은 적도 있었지만
남편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
할머니의 광기가 극으로 치달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아내의 빗나간 집착이 만든
남루한 감옥에
제 발로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어려웠던 시절
말 못할 고생을 숱하게 한
아내가 안쓰럽고
그 아내에게 시달릴 자식들이 걱정 돼
감금을 수용했던 여든의 남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야속하지 않았다고도 못할 자식들이
용서를 빌던 날
할아버지는
그들을 위로함으로써 꾸짖었다.
"강하게 마음 먹어라
너희들이 가슴 펴고 못 다닐까 봐
참았는데
눈물 보이지 마라"
10년의 감금은 고사하고
며칠 앓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듯한
할아버지에게
그 세월을 어찌 견뎠느냐며 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말했다.
"이런 날이 올 것이다"고 살았제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생각하고"
결혼 한 달 뒤 전쟁에 끌려 나갔다가
오른 손을 잃고
전라도에서 경상도 산골
탄광까지 흘러들어
삶을 꾸려야 했던 노인.
고단한 삶에서 단련된
그러나 어찌 보면
미련하기까지 한 낙관이
그를 지탱해 왔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 출입조차 금지 돼
방 안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며
영화<올드 보이>의 주인공 같은
세월을 엮었을 지라도
그 마음 속에
그루터기처럼 남은 희망은
노인의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이 걸음마를 연습하며
파안대소하는 노인을
기막힌 눈으로 뒤따르며
나는 희망의 힘에 대해 곱씹었다.
비록 막연한 희망이었을지언정
할아버지의 오늘은
그 희망을 버리지 않은
대가가 아니었을까.
==좋은 생각 중에서==
남편을 가둬 두고 산다는
할머니가 있었다.
관(棺)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무려 10년이 넘도록
할아버지를 본 사람이
동네에 없다는 것이다.
할머니 몰래 자물쇠 잠긴 방의
뚫어진 창호지 틈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기절할 듯 놀랐다.
수도승처럼 정좌하고 있던
노인의 형형한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오랜 감금 생활의 결과로
다리 근육이 퇴화래 버려
혼자 일어나 설 수 조차 없었다.
과더 탄광 근무 시절
간부의 횡포에 맞서
지나는 차 앞에 드러누워 항의했던
기백의 소유자였다는데
어떻게 그런 분이 발길질 한 번이면
나가 떨어질 문짝 안에서
10년을 넘게 묵묵히 앉아 있었을까.
한때 부부를 떼어 놓은 적도 있었지만
남편이 눈 앞에서 사라지자
할머니의 광기가 극으로 치달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아내의 빗나간 집착이 만든
남루한 감옥에
제 발로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어려웠던 시절
말 못할 고생을 숱하게 한
아내가 안쓰럽고
그 아내에게 시달릴 자식들이 걱정 돼
감금을 수용했던 여든의 남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야속하지 않았다고도 못할 자식들이
용서를 빌던 날
할아버지는
그들을 위로함으로써 꾸짖었다.
"강하게 마음 먹어라
너희들이 가슴 펴고 못 다닐까 봐
참았는데
눈물 보이지 마라"
10년의 감금은 고사하고
며칠 앓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듯한
할아버지에게
그 세월을 어찌 견뎠느냐며 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말했다.
"이런 날이 올 것이다"고 살았제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생각하고"
결혼 한 달 뒤 전쟁에 끌려 나갔다가
오른 손을 잃고
전라도에서 경상도 산골
탄광까지 흘러들어
삶을 꾸려야 했던 노인.
고단한 삶에서 단련된
그러나 어찌 보면
미련하기까지 한 낙관이
그를 지탱해 왔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 출입조차 금지 돼
방 안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며
영화<올드 보이>의 주인공 같은
세월을 엮었을 지라도
그 마음 속에
그루터기처럼 남은 희망은
노인의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이 걸음마를 연습하며
파안대소하는 노인을
기막힌 눈으로 뒤따르며
나는 희망의 힘에 대해 곱씹었다.
비록 막연한 희망이었을지언정
할아버지의 오늘은
그 희망을 버리지 않은
대가가 아니었을까.
==좋은 생각 중에서==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