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뒤에 서는 기쁨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7.11.01 20:31
조회수 : 1,062
본문
모처럼 딸아이가 시간이 났다.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는
제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어 바쁘다.
함께 아침 먹는 횟수도 줄었고
함께 텔레비젼 보는 시간도 적어졌다.
한 번 외출을 하면 늦게서야 들어오기 일쑤다.
그래도 가끔씩 함께 식사할 때면
입가에 밥풀을 떼라거나
숭늉 마실 때 소리 내지 마라는
기분 좋은 잔 소리를 한다.
또 술은 조금씩 마시라거나
꽃을 사들고 들어 올 때를 귀띔하기도 한다,
딸아이는 늘 내 뒷자리에 있다.
내가 그를 채근했으니까---
근데 언제부터인지 내 앞에 나서서
내 흠을 밉지 않게 고쳐 주었다.
"함께 산에 가지 않으련?"
딸아이에게 짬이 난 걸 알고 물었다.
가끔 동네 산을 오르다 보면
아들과 산을 오르는 아버지들을 만난다.
가끔 그들이 부러웠다.
"좋아요," 딸아이가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 줬다.
산이라고 해 봐야 동네 산이다.
산 입새에 들어서면 길이 좁아진다.
딸아이가 내 앞에 섰다.
자연스럽게 나는 딸아이의 뒤에 섰다.
앞서 가는 딸아이의 키가 시야를 막고
젊은 그의 걸음이 내게는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딸아이를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일은 싫지 않았다.
나는 여태껏 가족을 위해 늘 앞에 서 왔다.
작은 전세 방을 얻어 옮길 때도
명절에 고향을 내려갈 때도
앞장 서서 가족을 데리고 갔다.
온갖 불평을 들으면서도 의무감에
그 앞자리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몇 번의 갈림길이 나온다.
샘물터로 가는 계단 길과
숲으로 들어가는 호젓한 소로
나는 늘 이쯤에서
번잡하지 않은 소로를 택했다.
"어떤 길로 가고 싶어요?"
갈림길 앞에서 딸아이가 내게 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길로 가자."
나는 그 순간 내 방식의 길을 버렸다.
딸아이는 젊은이답게
쭉 뻗은 계단 길을 택했다.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지만
사심없이 딸아이를 따랐다.
이 나이에 나의 길을
딸아이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내 방식의 길을 버리고
딸아이를 따르는 동안 기쁘고 뿌듯했다.
비록 이번 한 번만의 겸양일지라도
나의 길을 고집한다 헤도
세상의 모든 순서가 그렇듯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비켜 줘야 한다.
딸아이든 얼굴을 모르는 다음 세대든
뒤에 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거부할 일이 아니다.
자식을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왜 부러웠는지 오늘에야 알겠다.
삶의 이치를 천천히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는
제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어 바쁘다.
함께 아침 먹는 횟수도 줄었고
함께 텔레비젼 보는 시간도 적어졌다.
한 번 외출을 하면 늦게서야 들어오기 일쑤다.
그래도 가끔씩 함께 식사할 때면
입가에 밥풀을 떼라거나
숭늉 마실 때 소리 내지 마라는
기분 좋은 잔 소리를 한다.
또 술은 조금씩 마시라거나
꽃을 사들고 들어 올 때를 귀띔하기도 한다,
딸아이는 늘 내 뒷자리에 있다.
내가 그를 채근했으니까---
근데 언제부터인지 내 앞에 나서서
내 흠을 밉지 않게 고쳐 주었다.
"함께 산에 가지 않으련?"
딸아이에게 짬이 난 걸 알고 물었다.
가끔 동네 산을 오르다 보면
아들과 산을 오르는 아버지들을 만난다.
가끔 그들이 부러웠다.
"좋아요," 딸아이가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 줬다.
산이라고 해 봐야 동네 산이다.
산 입새에 들어서면 길이 좁아진다.
딸아이가 내 앞에 섰다.
자연스럽게 나는 딸아이의 뒤에 섰다.
앞서 가는 딸아이의 키가 시야를 막고
젊은 그의 걸음이 내게는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딸아이를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일은 싫지 않았다.
나는 여태껏 가족을 위해 늘 앞에 서 왔다.
작은 전세 방을 얻어 옮길 때도
명절에 고향을 내려갈 때도
앞장 서서 가족을 데리고 갔다.
온갖 불평을 들으면서도 의무감에
그 앞자리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몇 번의 갈림길이 나온다.
샘물터로 가는 계단 길과
숲으로 들어가는 호젓한 소로
나는 늘 이쯤에서
번잡하지 않은 소로를 택했다.
"어떤 길로 가고 싶어요?"
갈림길 앞에서 딸아이가 내게 물었다.
"네가 좋아하는 길로 가자."
나는 그 순간 내 방식의 길을 버렸다.
딸아이는 젊은이답게
쭉 뻗은 계단 길을 택했다.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니지만
사심없이 딸아이를 따랐다.
이 나이에 나의 길을
딸아이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내 방식의 길을 버리고
딸아이를 따르는 동안 기쁘고 뿌듯했다.
비록 이번 한 번만의 겸양일지라도
나의 길을 고집한다 헤도
세상의 모든 순서가 그렇듯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비켜 줘야 한다.
딸아이든 얼굴을 모르는 다음 세대든
뒤에 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거부할 일이 아니다.
자식을 앞세우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왜 부러웠는지 오늘에야 알겠다.
삶의 이치를 천천히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 중에서==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