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아름다운 시골 청년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03.21 03:59
조회수 : 1,739
본문
시골 동네에서 그 청년은 너무나 튀었다.
스물 남짓,하얗고 뾰족한 얼굴은
요즘 유행하는 꽃 미남형.
그런데 머리는 화산이라도 터진 듯이
하늘로 삐죽 삐죽 솟구치고
코에 두개, 귀에 대여섯 개,입술에 한 개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는 작은 고리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무거워 보이는 굵은 쇠 반지.
팔목에는 쇠사슬 팔찌가 또 서너 줄.
잘못 쳐다봤다가
저 쇠붙이들을 휘두르기라도 하면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기에
시골 분들은 그저 몇 걸음 물러나
흘낏흘낏 청년을 훔쳐 볼 뿐이었다.
며칠 전 서울에 가려고 역에 나갔다가
기차표를 사는 그 친구를 보았다.
역시나 나이 드신 어른들은
미친개라도 되는 양
그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셨다.
기차에 올라 보니
그의 자리는 한 칸 앞이었다.
주변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뿐.
그는 언제나 들고 다니는
페트병의 음료수를 가끔 열어 마실 뿐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관심도 두지 않는 반면
바로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애구 이게 뭐야?"
화들짝 놀라시더니
애써 무심을 가장하셨다.
그런데 순간 긴장의 균형이 깨졌다.
그 청년 자리의 복도 건너에 앉아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학생, 그 물---.나 좀 줘!!"
이어폰 때문에 못 듣는 그를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가 툭툭 쳤다.
"급하게 기차에 올라탔더니 목이 타서 죽겄네"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병을 내밀었다.
"애구 이제 살겄네.고마워!!"
할머니가 다시 물 병을 청년에게 건네자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됐시유!!"
됐시유? 난 이 한 마디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피어싱과 충청도 사투리가 어울리는가 말이다.
스테이크에 청국장도 이보다는 낫겠다.
"어이구, 이 물 참 맛있다. 그냥 물은 아니구먼"
"둥굴레차유. 제가 집에서 끓여 왔슈.
여기 또 한 병 있슈"
"그래 어디까지 가는가?"
"수원까지유. 수원에서 학교 다녀유."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청년은 일단 입을 여니 나불나불 말도 잘했다.
그날 그 청년은
할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수원까지 갔다.
내릴 때는 할머니들의 짐을 모조리 맡아
양 손에 들고 또 어깨에 짊어지고 앞장섰다.
아름다운 시골 청년이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
스물 남짓,하얗고 뾰족한 얼굴은
요즘 유행하는 꽃 미남형.
그런데 머리는 화산이라도 터진 듯이
하늘로 삐죽 삐죽 솟구치고
코에 두개, 귀에 대여섯 개,입술에 한 개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는 작은 고리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무거워 보이는 굵은 쇠 반지.
팔목에는 쇠사슬 팔찌가 또 서너 줄.
잘못 쳐다봤다가
저 쇠붙이들을 휘두르기라도 하면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기에
시골 분들은 그저 몇 걸음 물러나
흘낏흘낏 청년을 훔쳐 볼 뿐이었다.
며칠 전 서울에 가려고 역에 나갔다가
기차표를 사는 그 친구를 보았다.
역시나 나이 드신 어른들은
미친개라도 되는 양
그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셨다.
기차에 올라 보니
그의 자리는 한 칸 앞이었다.
주변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뿐.
그는 언제나 들고 다니는
페트병의 음료수를 가끔 열어 마실 뿐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관심도 두지 않는 반면
바로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애구 이게 뭐야?"
화들짝 놀라시더니
애써 무심을 가장하셨다.
그런데 순간 긴장의 균형이 깨졌다.
그 청년 자리의 복도 건너에 앉아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학생, 그 물---.나 좀 줘!!"
이어폰 때문에 못 듣는 그를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가 툭툭 쳤다.
"급하게 기차에 올라탔더니 목이 타서 죽겄네"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병을 내밀었다.
"애구 이제 살겄네.고마워!!"
할머니가 다시 물 병을 청년에게 건네자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됐시유!!"
됐시유? 난 이 한 마디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피어싱과 충청도 사투리가 어울리는가 말이다.
스테이크에 청국장도 이보다는 낫겠다.
"어이구, 이 물 참 맛있다. 그냥 물은 아니구먼"
"둥굴레차유. 제가 집에서 끓여 왔슈.
여기 또 한 병 있슈"
"그래 어디까지 가는가?"
"수원까지유. 수원에서 학교 다녀유."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청년은 일단 입을 여니 나불나불 말도 잘했다.
그날 그 청년은
할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수원까지 갔다.
내릴 때는 할머니들의 짐을 모조리 맡아
양 손에 들고 또 어깨에 짊어지고 앞장섰다.
아름다운 시골 청년이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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