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나는 필요한 것들을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미술 시간만 되면
친구의 스켓치북을 빌려 사용했다.
그리고 중학생 때는
네 줄이 그어진
영어공책을 살 돈이 없어
집에 있던 다섯 줄짜리
음악공책을 가지고 갔다.
그러자 선생님은
영어공책을 안 가져왔다고
꿀밤을 때리셨다.

둘째 날에도
영어공책을 안 가져왔다고
손바닥을 맞았다.
그러다 셋째 날에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이
가정 형편을 물어보시고는
영어 공책을 다섯 권이나 사 주면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영어 단어를 정말 열심히 외워 
영어를 제법 잘하게 되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졸업 앨범도 사지 못하는 나를 위해 
담임선생님께서는
"교사용"이라고 쓴 글자를 
수정액으로 지우고는
내게 앨범을 주셨다.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졸업 앨범 .
나는 눈물이 나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두 손으로 앨범을 받아 들었다.

그 뒤 고등하교 입학식 때는 
교복을 맞출 돈이 없어
혼자 사복을 입고
맨 앞줄에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열악했던 가정 형편과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는 걸 알기에
작은 물건 하나를
얻어 쓰게 되어도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썼는지 모른다.
또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힘이 되어 주고자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기에
절망하지도 않았다. 

무엇이든 풍족해야만
좋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었기에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