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아버지 나누기(!!!)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06.23 17:02
조회수 : 1,274
본문
"양가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시간 있으세요?"
"그래, 저녁 때 집에 와라."
8년 만에 아버지와 통화했다.
아버지는
오랜 병고로
시든 배춧잎 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
딴 살림을 차리셨다.
저녁 무렵 찾아간 아버지 집에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딸 정이가 있었다.
아버지 없이 궁색하게 살던 내가
늘 부러워했던 소녀 시절의 바람이
정이 방엔 고스란히 이루어져 있었다.
피아노,예쁜 침대와 옷장---.
아버지는 내게
13년 간의 긴 그리움을 거쳐
미움의 대상으로 바뀌었지만
정이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이는 아버지 곁에 앉아서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정이의 웃음소리가
내 귀에 닿을 때마다
코기 시큰거렸다.
자식들 중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내게
"우리 고명 딸"하며
늘 아버지 곁에 앉으라 하실 때
나도 저렇게 종알거리며
개나리처럼 웃었는데---.
"나, 너무 원망하지 마라!!
네 아버지가 홀아비라고 했어."
새 어머니가 불쑥 한 마디 하셨다.
겨우 삼킨 음식이
목구멍으로 올라올 것 같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정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 아빠 데려가지마
나랑 같이 아빠 하자!!"
정이는 집을 나서는
내 뒤를 따라오더니
"언니, 또 와."하며 나를 안았다.
정이는 내게서
"너라도 행복하니 다행이다!"하는 감탄과
"이렇게 쉬운 것을---"
하는 말이 동시에 나오게 했다.
서먹한 자리에 정이가 있어
나는 너그러워질 수 있었나 보다.
누가 먼저였고,
누가 빼앗겼는지 겨룰 수도 없는
어린 정이가 있었기에
그날 나는 아버지를 나눌 수 있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
"그래, 저녁 때 집에 와라."
8년 만에 아버지와 통화했다.
아버지는
오랜 병고로
시든 배춧잎 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들을 버리고
딴 살림을 차리셨다.
저녁 무렵 찾아간 아버지 집에는
뜻밖에도 아버지의 딸 정이가 있었다.
아버지 없이 궁색하게 살던 내가
늘 부러워했던 소녀 시절의 바람이
정이 방엔 고스란히 이루어져 있었다.
피아노,예쁜 침대와 옷장---.
아버지는 내게
13년 간의 긴 그리움을 거쳐
미움의 대상으로 바뀌었지만
정이에게는 좋은 아버지였다.
정이는 아버지 곁에 앉아서
쉬지 않고 재잘거렸다.
정이의 웃음소리가
내 귀에 닿을 때마다
코기 시큰거렸다.
자식들 중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내게
"우리 고명 딸"하며
늘 아버지 곁에 앉으라 하실 때
나도 저렇게 종알거리며
개나리처럼 웃었는데---.
"나, 너무 원망하지 마라!!
네 아버지가 홀아비라고 했어."
새 어머니가 불쑥 한 마디 하셨다.
겨우 삼킨 음식이
목구멍으로 올라올 것 같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정이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언니, 아빠 데려가지마
나랑 같이 아빠 하자!!"
정이는 집을 나서는
내 뒤를 따라오더니
"언니, 또 와."하며 나를 안았다.
정이는 내게서
"너라도 행복하니 다행이다!"하는 감탄과
"이렇게 쉬운 것을---"
하는 말이 동시에 나오게 했다.
서먹한 자리에 정이가 있어
나는 너그러워질 수 있었나 보다.
누가 먼저였고,
누가 빼앗겼는지 겨룰 수도 없는
어린 정이가 있었기에
그날 나는 아버지를 나눌 수 있었다.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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