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용표(57회) 칼럼/100년 행정체제 폐해 크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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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8. 9.17)
100년 행정체제 폐해 크다
최용표 칼럼
여·야가 모처럼 지방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뜻을 같이해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를 다룰 것인지 궁금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당위에 대해 모든 국민들은 공감한다. 지난 1995년 7월 부활된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비효율적이고 선심·인기 영합적인 행정과 부패로 얼룩진 지방자치를 바로 잡기 위해선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과제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안은 국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고 있는 행정에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하는 일이다. 이런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행정의 폐쇄성·경직성·비능률·부패의 타성을 과감하게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1896년 조선왕조가 전국의 행정구역을 8개 도로 구분한 후 일제 식민통치 편의에 의해 정부, 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4단계로 짜여진 것으로 100년 넘게 유지돼 왔다. 지금 전국이 1일 생활권에다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초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깔려있는 상황에 19세기의 행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행정구역과 비효율적인 행정조직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는 폐해는 너무 크다.
1980년대 이후 지방행정체제를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는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들과 지방공무원들의 거센 반발로 번번이 좌절됐다. 지방행정체제가 개편되면 자연히 자치단체장들이나 지방의원은 물론 지방공무원 상당수가 자리를 잃게 된다. 지방행정 단위가 축소 개편되면 지방공직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야의 정치적 이해 득실과 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얽히다보니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유야무야로 끝난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잠정 합의를 이뤄 2005년 특위까지 구성, 구체적 개편안까지 마련했으나 '시·도지사협의회'의 거센 반발과 지방선거가 맞물려 관련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최근 정치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내용이 보도되자 김문수경기지사는 "개편 논의는 적절치 않다. 자치단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가적 대사가 일부 세력의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
물론 행정체제 개편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과도기 혼란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낭비를 줄이고 지방의 빈약한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하려면 지방행정체제를 서둘러 개편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당이 현행 16개 시·도, 230개 시·군·구를 60~70개의 광역자치단체로 재편하는 방안의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이 취지에 공감했다.
전국 230개 시·군 자치단체 가운데 인구 35만 이하의 중소도시가 55곳이고 3만도 안되는 곳이 12곳에 이른다. 그럼에도 지자체마다 부시장. 부군수 직제에 기획실·총무과·재무과·건설과 등 대도시와 같은 행정조직을 두고 있다. 자치단체 규모가 작으니 수입이 없어 도로·교량건설이나 상·하수도 증설, 하천 정비 등 도시기반 시설 확충은 엄두도 못낸다. 정부 지원만 쳐다보며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봉급은 꼬박꼬박 챙긴다. 이 얼마나 큰 낭비인가. 규모가 작은 기초자치단체는 통·폐합해 자립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진화로 가는데 행정체제 개편은 꼭 필요하다. 지금의 중층 행정구조로는 지방분권이란 세계 추세에 따라가기 힘들다. 더욱이 일본·중국의 지자체와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지방행정 체제 개편은 경제발전과 행정 효율성을 제고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치인들과 기득권자들의 이해 관계 때문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중단돼선 안된다.
/주필 최용표
종이신문 : 20080917일자 1판 10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8-09-16 오후 7: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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