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거기가 어디쯤이유?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11.12 19:50
조회수 : 1,304
본문
가을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부침개를 부쳐 먹으려다가
문득 시집간 딸아이가 생각이 났어요.
비만 오면 딸아이는
부침개를 부쳐달라고 졸라대곤 했죠.
가까이 사는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 여보---세--요."
딸아이의 목소리는 눈물 범벅이 되어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엄마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딸아이는 더욱 크게 울어댔죠.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이는 어디가 아픈지
분유도 안 먹고
화장실 변기는 고장이 나서
물이 안 내려가요.
게다가 애 아빠는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온데요.
비 오는데 시장도 하나도 안 봤는데---."
그 말을 마친 딸아이는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걱정하지마.
엄마가 가면서
화장실 고치는 사람 부를게.
그리고 장도 대충 봐 가지고 갈 테니까.
그만 울래두.
니가 좋아하는
부침개 부쳐 가지고 갈 테니까.
그만 울구 조금만 기다려라.
그런데 김 서방은 언제쯤 들어오니?"
내 말에 갑자기 딸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딸아이는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 저기--- 제 남편은
김 서방이 아니라--- 박 서방인데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가 5321번 아닌가요?"
"여기는 5421번인데요."
순간 맥이 탁 풀렸습니다.
딸아이의 목소리도 제대로
못 알아듣다니--- 참--.
"미안해요.나는 내 딸인 줄 알고---"
사과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전화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저기 그럼 안 오실 건가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요?
"죄송해요.
저는 친정 엄마가 없어요.
잘못 걸린 전화라는 걸 알았는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우리 엄마가 살아계시면
이런 날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전화가 걸려 왔어요.
엄마 같아서---.
우리 친정 엄마 같아서---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전화기 저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다려요, 내가 금방 갈께요.
그런데 거기가 어디쯤이유?"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나 오늘.
딸네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저녁 드시고 들어오세요"
==낮은 울타리 중에서==
부침개를 부쳐 먹으려다가
문득 시집간 딸아이가 생각이 났어요.
비만 오면 딸아이는
부침개를 부쳐달라고 졸라대곤 했죠.
가까이 사는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 여보---세--요."
딸아이의 목소리는 눈물 범벅이 되어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엄마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딸아이는 더욱 크게 울어댔죠.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이는 어디가 아픈지
분유도 안 먹고
화장실 변기는 고장이 나서
물이 안 내려가요.
게다가 애 아빠는
저녁에 친구를 데리고 온데요.
비 오는데 시장도 하나도 안 봤는데---."
그 말을 마친 딸아이는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걱정하지마.
엄마가 가면서
화장실 고치는 사람 부를게.
그리고 장도 대충 봐 가지고 갈 테니까.
그만 울래두.
니가 좋아하는
부침개 부쳐 가지고 갈 테니까.
그만 울구 조금만 기다려라.
그런데 김 서방은 언제쯤 들어오니?"
내 말에 갑자기 딸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딸아이는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 저기--- 제 남편은
김 서방이 아니라--- 박 서방인데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가 5321번 아닌가요?"
"여기는 5421번인데요."
순간 맥이 탁 풀렸습니다.
딸아이의 목소리도 제대로
못 알아듣다니--- 참--.
"미안해요.나는 내 딸인 줄 알고---"
사과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전화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저기 그럼 안 오실 건가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요?
"죄송해요.
저는 친정 엄마가 없어요.
잘못 걸린 전화라는 걸 알았는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우리 엄마가 살아계시면
이런 날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전화가 걸려 왔어요.
엄마 같아서---.
우리 친정 엄마 같아서---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전화기 저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다려요, 내가 금방 갈께요.
그런데 거기가 어디쯤이유?"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나 오늘.
딸네 집에 다녀와야 하니까
저녁 드시고 들어오세요"
==낮은 울타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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