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앵무새의 생일 축하.
작성자 : 김연욱
작성일 : 2008.11.20 04:33
조회수 : 1,298
본문
어머니는 벌써 몇 년째 앓아누워 계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으시곤
우리 남매를 불렀어요.
엄마는 마치
먼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사람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수야, 누나를 부탁한다.
니가 누나의 목소리가 돼줘야 해.
그럴 거지?"
엄마는 말 못하는 누나가 마음에 걸려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 후 어머니는 며칠 뒤
우리 남매의 손을 그렇게 하나로 맞잡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나셨어요.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마친 나는
서울에 직장을 얻어 상경했고
누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혹 처럼
나를 따라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왔는데
왠 앵무새 한 마리가 집에 있었어요.
옆에서 누나는 동네 아이들을 불러다 놓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죠.
"주주--- 주---주우---"
앵무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아이들도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며칠이나 반복됐죠.
"주욱 주욱---"
천식 환자처럼 그렁그렁 대는 앵무새는
그날부터 내 늦잠을 방해하고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제발,저 앵무새 좀 치워버릴 수 없어?"
나는 누나에게 벌컥 화를 냈지만
누나는 내 성화를 못 들은 척 무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생일---추카---생일---추카!"
앵무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나가 건네준 카드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어요.
"생일 축하한다.
내 목소리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생일 축하!
목소리가 없는 누나가
난생 처음 내게 들려준 말이었습니다.
앵무새에게 그 한 마디를 훈련시키기 위해
누나는 그렇게 수 날을 혼자서
비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입안 가득히 미역국을 퍼 넣었습니다.
==김 정수 님의 글==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으시곤
우리 남매를 불렀어요.
엄마는 마치
먼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사람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수야, 누나를 부탁한다.
니가 누나의 목소리가 돼줘야 해.
그럴 거지?"
엄마는 말 못하는 누나가 마음에 걸려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나의 손을 꼭 붙잡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 후 어머니는 며칠 뒤
우리 남매의 손을 그렇게 하나로 맞잡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나셨어요.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마친 나는
서울에 직장을 얻어 상경했고
누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혹 처럼
나를 따라다녔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피곤에 절어 집에 돌아왔는데
왠 앵무새 한 마리가 집에 있었어요.
옆에서 누나는 동네 아이들을 불러다 놓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죠.
"주주--- 주---주우---"
앵무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아이들도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며칠이나 반복됐죠.
"주욱 주욱---"
천식 환자처럼 그렁그렁 대는 앵무새는
그날부터 내 늦잠을 방해하고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제발,저 앵무새 좀 치워버릴 수 없어?"
나는 누나에게 벌컥 화를 냈지만
누나는 내 성화를 못 들은 척 무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생일---추카---생일---추카!"
앵무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나가 건네준 카드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어요.
"생일 축하한다.
내 목소리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생일 축하!
목소리가 없는 누나가
난생 처음 내게 들려준 말이었습니다.
앵무새에게 그 한 마디를 훈련시키기 위해
누나는 그렇게 수 날을 혼자서
비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입안 가득히 미역국을 퍼 넣었습니다.
==김 정수 님의 글==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