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변호사 /존엄사 판결,어떻게 보아야하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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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연수송도신문(08.12.10)
존엄사 판결,어떻게 보아야하나?
이기문 변호사
죽음을 앞둔 인간의 모습은 천차만별하다. 하지만 병으로 고통 받는 인간, 그 고통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가족들은 물론 본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신의 영역인가, 인간의 영역인가?
인간이 스스로 살기 원하지 않을 때 자기 생명을 부정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아온다. 자살의 이름으로 자신의 생명을 부정하는 경우 우리 형법에서는 본인을 처벌하지 못해 그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나 자살을 방조하는 경우에는 자살방조죄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형법은 자신의 생명을 부정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육체적 고통이 극심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과연 법은 산소호흡기를 떼도록 명령할 수 있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안락사가 자행되고 있으며, 생명결정은 자신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해 의료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경우, 그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를 현실적으로 허용하자는 현실론이 없지 않다.
이번에 지방법원의 어느 재판부는 지난 28일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6)씨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김씨로부터 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인다"며 "인공호흡기 치료 행위는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고 그 이유를 밝히면서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는 원칙적으로 치료 중단 당시 질병과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음을 전제로 명시적으로 표시돼야 유효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김씨가) 현재 자신의 상태 및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면 어떤 의사를 표시할지 추정할 수 있다"면서 본인의 추정의사임을 전제로 재판부는 평소 환자 본인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현재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상태라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러한 추정 의사를 받아드리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을 추정의사를 근거로 하여 선택하도록 했다는 것은 문제이다.
종교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극명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기본적으로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인간이 개입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 닿았어도 신이 이를 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이는 인간의 생명윤리를 저버리는 판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현실론으로 돌아오면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사정도 들어 있다
뇌가 손상된 식물인간 상태에서 단순한 생명 장이 무의미한 일이고, 또한 가족들에게 치료비 부담이 엄청난 수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한마디로 딱 잘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영역은 인간 스스로 자기 부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는 신의 영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에게 생명의 자기부정을 허락한다면, 생명의 타인부정 문제까지도 옮겨질 수 있어, 인간의 생명경시 풍조가 조장될 염려도 없지 않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상급심의 판결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극히 우려할 만한 판결이라 할 수 있겠다.
2008년 12월 10일 (수) 11:11:52 연수송도신문 begainw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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