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기 고 /이기문(70회) 변호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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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1.13)
2009년 희망과 인간 존엄
기 고 /이기문 변호사
지난해 성탄절 전날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세상을 떠났다. 이 시대 행동하는 최고의 양심이었기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는 2005년 수상 기념 강연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영국의 협력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법 개념을 완전히 경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도짓이자 노골적인 국가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부시와 블레어를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설 모두에서 문학과 정치의 차이점을 거론하며 "문학에서 한 사건은 반드시 진실이거나 거짓이 아닐 수 있다. 또 그것은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정치에서의 진실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면서 "정치인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고, 권력과 권력의 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고 꼬집었다.
그의 용기 있는 비판은 이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이었다. 부시는 사담 후세인이 대단히 위험한 대량 살상 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것이 진실이며 이를 근거로 이라크를 공격했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핀터의 아픈 지적은 계속됐다. 세계 도처에서, 결코 중단함이 없이 수행된 미국의 우익 군사 정권 지원 내용을 열거했다. 인도네시아, 그리스,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아이티, 터키, 필리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그리고 칠레 등지에서 미국의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언제나 선의 세력으로 가장하면서 전 세계에 걸쳐 은밀한 권력의 조작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인들에겐 '양심'도 없다고 까지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법적 사례를 그 예로 들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거짓말을 반복하고, 언론을 조작하고, 나아가 대중을 조작한 일련의 기만 행위에 의해 촉발된 제멋대로의 군사 행동이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진실 하나 만을 위하여 살아온 자신의 사고와 인생 역정을 정리하면서, 자신은 숨을 곳도, 보호해 줄 사람도 없다고 고백했다. 작가가 거짓말을 한다면 이는 자신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라 정치가라고 해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을 극단적으로 불신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치를 희망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핀터의 지적대로 정치는 진실에 관심이 없고, 권력과 권력의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은 거짓 공약으로 판명되었으나 여전히 이 대통령은 이념 투쟁에 앞장서고 있고, 이러한 분열을 조장하면서도 비상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회가 도와 달라는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변화와 통합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보다는 보수와 권력의 유지를, 통합보다는 좌파 정책의 발본색원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이익보다는 소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마치 전체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과 사회의 진실을 찾아내고, 이를 끊임없이 발견하여 그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이를 개선하여 국민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치가 우리 주변에 있는 이와 같은 삶과 사회의 진실을 찾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의 유지라는 자신들의 거짓된 비전에 국민을 현혹시키려고 한다면 우리는 정치에서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귀한 가치를 찾을 희망을 정치인들은 찾아서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핀터의 뼈아픈 지적은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그대로 통할 수 밖에 없다. 2009년 벽두에 정치인들에게 인간의 존엄이라는 희망을 찾아 일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종이신문 : 20090113일자 1판 14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1-12 오후 8:00:39
댓글목록 0
성명진님의 댓글
띄어쓰기를 잘 합시당...*^^*
성명진님의 댓글
제가 본 정치인중에.........그래도 제일 인간적인 분같았습니다....아부 버전 전하고 갑니다...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