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막말시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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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2. 2)
막말시대
/조우성의 미추홀
'같잖은 개떡에 입천장만 데었다, 개가 개를 낳지, 개 같은 세상이다, 개가 웃을 일이다, 개가 똥도 마다할까, 개가 핥은 밥주발 같다, 개같이 벌어 정승 같이 살랬다, 개값을 물었다' 등은 '개'를 소재로 한 상소리의 예다.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는 '개년이다, 개놈아, 개구멍받이다, 개구멍 서방이다, 개나발 분다, 개딸년이다, 개떼 모이듯 한다, 개똥 같다, 개똥밭에서 인물 났다, 개만도 못한 놈이다, 개망나니다, 개망신 당했다' 같은 것도 있다.
개 전문 '병원'과 '미장원'이 동네마다 있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우리 사회의 이면(裏面)에 이처럼 '개'를 혹독하게 폄하하고 있는 상소리들이 질펀하게 깔려 있다는 것은 언어사회적 병리 현상의 하나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표준어의 요건 가운데 하나인 '교양 있는 계층'에서 금기어(禁忌語) 취급을 하고 있는 상소리가 건강한 언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국내 최초로 '우리말 상소리 사전'을 만든 소설가 정태륭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상소리가 모든 일상 및 고급 언어의 뿌리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말 상소리의 특징은 슬픔이나 절망의 퇴영 정서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거칠고 혐오스럽기는 해도 명랑하고 공격적이며 활기가 넘치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상소리도 수준이 있고, 그것이 어느 경우에 어느 계층에서 사용됐느냐일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공석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그런 '막말 대통령'에서 강렬한 유대감을 느꼈는지 몰라도 국민들은 국격(國格)의 실추를 가슴아파했다. 하물며 온 나라가 '막말판'이라니, 이 웬 말세(末世)인가?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 : 20090202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2-01 오후 8: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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