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용표(57회) 칼럼/21세기 봉이 김선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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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1.28)
21세기 봉이 김선달
/최용표 칼럼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천 내항 재개발과 관련한 인천시의 행태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소유권이 인천항만공사(IPA)에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지난해 12월말 비밀리에 특정 건설업체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그야말로 남의 땅을 몰래 팔아 먹으려는 심뽀와 다를 바 없다. 관련업계와 항만 종사자들이 인천시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인천 내항과 임항부지는 정부가 인천항만공사에 무상 기증한 것으로 IPA의 엄연한 소유 자산이다. 항만 개발과 인프라 구축 사업도 국토해양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유권자의 동의없이 내항 재개발의 방향을 정해 특정 컨소시엄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동북아 물류 허브를 지향해야 할 인천시가 신항 개발 등 대체 항만시설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항을 전면 개발해 대규모 위락시설과 주거·상업시설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놀고 먹고 즐기는 위락시설도 어느 정도의 고용 효과와 관광 수입 등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천명의 항만 노동자와 관련 업계의 사활이 걸린 지역경제 문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975년 동양 최대 규모의 내항 도크화가 완성된 이후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5만t급 선박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인천항이 지난 30여년간 국가경제에 차지한 비중은 매우 크다. 지역내 부가가치 창출에 31%를 차지할 만큼 지역경제 기여도 역시 크다.
고용 창출 효과는 다른 업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인 조성과 외자유치를 위해서도 항만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천항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따져보면 항만시설 부족과 고비용 구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내항을 개발해 복합 문화시설로 기능을 바꿀 경우 인천 내항은 완전히 항만 기능을 상실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안상수 인천시장이 무리수를 둬 가며 투자양해각서를 비밀스럽게 추진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시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역 현안 가운데 하나가 정부로부터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및 간선화 구간의 관리권을 인천시로 이관하는 문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불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정오거리 가좌IC· 주안2-4동· 도화지구 개발사업, 지하철 2호선 건설 등 사업 전체가 차질을 빚게 된다. 주변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따를 것은 불문가지다. 민선시장 3선을 노리는 안시장으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천 내항 기능이 상실되면 경인고속도로 역할 역시 소멸돼 국토부의 불가 입장도 명분을 잃게 된다. 그래서 안시장이 지난해 12월말 항만 관련단체 업계와 사전협의없이 무리수를 둬가며 특정 건설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했던 속사정이 이에 연유한다는 업계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특정 건설사의 집요한 로비도 안시장의 결심을 부채질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공자가 제자들에게 부족한 것보다 매사에 지나친 면이 있는 행동을 탓하며 중용(中庸)의 도를 가르친데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한 시민단체가 "이번 MOU 체결은 안시장의 개발 과욕이 낳은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시사하는 바 크다. 인천경실련이 작년 7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안시장의 시정운영 평가 설문조사에서도 68%가 권위적이라 했다. 또 시민여론 수렴 의지에 대해 79%가 부정적이고 독선적이라 평했다.
지금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행정편의 대로 추진되다보니 마찰이 심해 제대로 진행되는 곳이 없다. 배다리 관통도로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주민 저항이 워낙 거세다보니 이젠 사업 중단의 명분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민이 시정(市政)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편에서 시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종이신문 : 20090128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 : 2009-01-27 오후 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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