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현준(83회)[항동에서]/AI가 주는 충격과 기회 앞에 기성세대가 주는 걸림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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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25. 4. 8)
[항동에서] AI가 주는 충격과 기회 앞에 기성세대가 주는 걸림돌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 교장
▲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 교장
깊은 강물이 소리 없이 흐르듯 디지털 대전환은 어느새 조용하지만,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채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그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변화가 거침없이 온 세상을 흔들어대고 있다.
AI(인공지능) 개발 기술의 상상할 수 없는 성장 속도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나 생산성 향상이 아닌 새로운 삶의 표준을 만들며 새로운 문명사회가 등장하고 있다. 교육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문명사회를 창조하는 도구이자 새롭게 창조된 문명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도구로서 역할도 해왔다. 그렇다면 교육은 인공지능 시대 및 디지털 대전환기에도 인류가 적응하는 데 필요한 도구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계와 교육시장은 최근 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 문제로 떠들썩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교육계는 AI 디지털 대전환기에 교육이 당면한 수많은 근본적이고도 거시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수업의 도구라 할 수 있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논란과 에너지 낭비가 현장 교육 종사자인 필자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여부를 놓고 디지털 대전환이 주는 변화에 대한 적응과 저항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숲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저항과 적응의 대립보다는 속도의 조절 문제를 다루는 생산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절충과 사회적 합의는 디지털 대전환 시기의 쓰나미를 맞이한 학교의 손바닥만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AI 디지털교과서 문제가 전부인 것처럼 갑론을박에 빠져 있는 우물에서 나와야 한다. 더 근본적이며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AI 디지털은 인류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듯이 학교의 형태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빠르고 충격적으로 일으킬 것이다. 디지털 시대 속 미래의 학교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가 되어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디지털 대전환은 교실에서 교사 개인의 노력이나 학교 단위의 역량이 대처할 수 있는 체급이 아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통합적이며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체급인 것이다. 체급에 걸맞은 대응 주체가 나서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단위의 교육 당국이 정치적 이념을 떠나 선명한 장기 플랜과 정책을 계발하고 사회적 합의를 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표현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한 유행어가 되었다. 이미 청소년들은 디지털이 친숙한 디지털 원주민으로 사는데 교육 주권을 가진 아날로그적인 기성세대는 디지털을 진정으로 알고 수용하는지 반문해 본다. 디지털 원주민이 되어버린 MZ 세대 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태도와 역량이 있는데 기성세대의 무의식적인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변화에 대한 저항의 높은 벽과 느려터진 적응의 속도로 걸림돌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리에게 묻고 싶다.
디지털 대전환이 주는 변화에 다음 세대들의 문해력이나 인성 문제들보다 교육 주권을 가진 기성세대의 아날로그적인 가치가 더 시급한 문제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유홍준 교수의 표현이 디지털에 대한 저항 본능을 가진 기성세대, 특히 정책 입안자들에게 크게 울리기를 소망한다.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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