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현준(83회)[항동에서]/기술 발전이 낳은 일자리 양극화, 그리고 공교육 과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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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이 낳은 일자리 양극화, 그리고 공교육 과제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대학교 2학년 때 책을 통해서 '엔트로피'를 처음 접하며 신성한 충격을 경험하였다. 엔트로피 법칙은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며,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화한 것으로 변화하며 이는 곧 우주 전체의 에너지양은 일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 가능한 에너지양은 점차 줄어드는 지구의 물리적 한계를 의미한다.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사용된 에너지는 일부는 질서를 창조하였지만 일부는 다시는 쓸 수 없는 에너지로 변환되어 인류에게 혼돈과 무질서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18세기 후반부터 산업혁명으로 시작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기술의 진보와 사회구조의 큰 변혁을 가져왔다. 새로운 창조와 파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세상은 새로운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산업화와 도시화는 대규모의 단순노동자를 필요로하였고 세상은 출산 장려 정책과 급속한 인구 팽창으로 화답하였다. 산업화가 낳은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의 증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윤택한 물질의 풍요를 인류에게 주었다. 기술의 진보는 한계가 없을 것 같았고 후손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인류는 기술의 진보가 주는 질서를 능가하는 환경오염, 인플레, 실업, 자원의 고갈, 기후 변화, 신종 바이러스 등의 무질서에 시름 하고 있다. 후손에게 더 좋은 세상을 줄 것이라는 확신마저 흔들리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준 여러 무질서 가운데 실업과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 문제는 청년층과 다음 세대에게 재앙처럼 다가오고 있다. 생성형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화는 일자리 감소와 급격한 일자리 구조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일자리 감소는 전문가들이 견해가 엇갈리기에 문제가 크지 않다고 한다면, 일자리 구조의 변화, 즉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는 주목해야 할 심각할 과제이다. MIT대학 데이비드 오토 교수는 “AI가 일부 중산층 일자리를 없앰으로써 근로자들이 서빙 등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의 진보가 낳은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는 중산층의 계층 하강, 실업, 소득의 양극화로 사회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가 단순하게 중산층의 붕괴와 분배 불평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중간 성장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수 엘리트 외에 대부분이 하위 단순 직무 일자리로 내몰린다면 인간의 단계적 욕구 실현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인간 행동의 원동력인 동기를 약화할 것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체계를 흔드는 일이며 학생들의 성취 욕구와 학습 동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학생들의 성취 욕구와 학습 동기가 사라진 교실은 가르치는 힘의 상실이며, 학교 교육은 존폐 위기까지 노출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고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엔트로피 법칙의 새로운 창조 뒤에 파괴, 질서 뒤에 무질서를 인류는 당황스럽게 맞이하고 있다. 이미 진행된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가 일으킨 쓰나미에 태평한 학교 담장을 넘을 기세이다.
기술의 진보가 우려와 다르게 새로운 중간 성장층의 일자리를 만들기를 물론 소망한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일자리 구조의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문제라면 학교 교육은 이 문제에 선제해서 대비해야 한다. 이런 세상을 곧 맞이할 학생들에게 학교와 당국은 해법을 찾아줄 고민과 역량 집중이 필요할 때이다. 모르쇠가 아닌 무엇보다 더 시급한 문제에 다가서기를 바란다.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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