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은 없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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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 6.24)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은 없다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주지하고 있는 6·25 노래 가사 중 일부다. 구절구절 가사 내용을 보면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도 당시 처참한 광경이 떠오른다. 세월은 모든 걸 잊게 만드는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 노래마저 사라져 가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류는 근자 들어서만 제1차·제2차 세계대전을 치렀다. 내일은 민족 상잔의 비극 6·25전쟁이 일어난 지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6·25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무력 남침을 개시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하기까지 1천129일간 한반도에서 벌어진 세계대전에 준하는 전쟁이었다.
"6·25전쟁은 공산세력이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해 도발한 불법 남침이다."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며칠 전 북한을 다녀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950~1953년 우리 조종사들이 수만 번의 전투 비행을 했다"며 6·25 참전을 공식 자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우리 정부는 상기 조약 체결과 관련, 러시아를 겨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카드’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평온을 유지해 오던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연한 귀결로 한미 동맹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때마침 22일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한·미·일 3국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참여를 위해서다.
정치군사학자들이 예견하던 신냉전이 한반도에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잠시나마 걷혔던 철의 장막이 다시 드리워지는 느낌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은 막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은 겉으로는 하나같이 정의와 평화를 가장했다. 가공할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도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라 불렸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제1의 목적으로 한다는 유엔도 5개 안보리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 power) 행사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먼 나라 상황이지만 오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끝이 보이지 않는 가자지구 전쟁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어온다. 이로 인한 희생은 말로 형언하기조차 어렵다.
전쟁의 참상을 비유하는 말 중 ‘간뇌도지(肝腦塗地)’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간과 뇌를 땅에 칠하다는 뜻으로, 전쟁으로 참혹한 죽음을 당해 간(肝)과 뇌수(腦髓)가 땅에 떨어져 으깨어짐을 의미한다.
이는 누경(婁敬)이 한(漢)나라 유방(劉邦)에게 고(告)하는 말 중에 나온다. "폐하께서는 풍패에서 3천 병사를 거느리고 촉한(蜀漢) 땅을 석권하고, 삼진(三秦)의 땅을 평정하고 항우(項羽)와 형양(滎陽)에서 싸우고 성고(成皐)의 요충지를 차지하기까지 대전(大戰) 70회, 소전(小戰) 40회를 치렀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의 간과 뇌수가 땅바닥을 칠하게 되었고(使天下之民 肝腦塗地), 아버지와 자식이 들판에서 해골을 드러내게 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뜻에 일장공성 만골고(一將功成 萬骨枯)라는 고사도 전해진다. 한 장수(將帥)가 전장에 나아가 공을 세우기 위해서는 만 명의 뼈가 마른다는 의미다.
천하(天下)대세는 ‘분열이 오래되면 통합되고, 통합이 오래가면 반드시 분열한다(分久必合 合久必分)’고 했던가. 여기 통합과 분열 과정에서 필히 수반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일반적으로 인종과 민족, 국가 또는 정치단체와 같은 각종 집단 상호 간에서의 무력투쟁을 말한다. 그 속에서 희생되는 계층은 국민들이다. 평화론보다 전쟁 긍정론이 힘을 얻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러시아의 조약 후폭풍으로 ‘한국 핵무장 불가피론’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에 또다시 전운이 감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은 없다. 어느 때보다 국가의 현명한 외교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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