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현준(83회)[항동에서]/고층아파트 재개발, 구도심 교육환경 구원 투수일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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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24. 6.10)
[항동에서] 고층아파트 재개발, 구도심 교육환경 구원 투수일까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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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도심 안에 주거·상업·녹지여가시설·교통·교육환경이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까지 동구, 중구,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도시 기능을 하던 인천은 산업화와 인구 팽창에 힘입어 대규모 택지 개발을 동반한 신도시들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신도시의 블랙홀 효과로 인구뿐만 아니라 업무, 상권, 교육 인프라 등의 탈 원도심 현상이 빠르게 심화 되었고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발생시켰다.
신도시와 원도심 간 불균형과 원도심 슬럼화는 사회 모든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원도심 공교육은 붕괴를 걱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량 미달교가 속출하는 가운데 도심 안에서도 폐교와 통합교를 추진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대로 가면 인천 원도심 교육은 공멸할 것이다. 문제는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처방에 그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인천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재개발로 많은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고 있다. 고층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면 인구가 유입되고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눈치다. 그러나 원도심에 들어서는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원도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구원 투수는 고사하고 근본 처방이 없는 진통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원도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었지만, 자녀들의 고학년 진학과 더불어 신도시로 전입하거나 전입을 희망하는 세대들이 많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그들은 자녀가 고학년이 다가오면 교육 여건을 따라 원도심을 이탈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이나 은퇴 시기에 실버 세대가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는 재개발로 인한 상권과 인프라 등의 주거 환경이 갖춰졌어도 교육환경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정주 의지를 주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교육은 학교 울타리 안의 교육 자원과 교육과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교육은 주위의 조건 또는 사회적 상황 등이 다중 복합적으로 상호작용과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교육환경이라고 한다. 교육환경은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과 문화 등의 거시적인 요소와 교육 정책, 예산, 교육과정 등의 미시적인 요소가 위계 구조를 복잡하게 구성하며 형성되는 것이다.
교육 환경이 구축되는 과정은 많은 요소의 상호 작용하며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는 것이기에 아파트 단지와 더불어 형성되는 상권처럼 단기적이며 단편적인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교 교육활동 외에도 많은 요소가 수요자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교육 수요자는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에 일정 비율을 의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학교 밖에서도 교육 욕구를 충족하며 공급받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나 공간, 문화를 찾고 있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신설 학교가 들어서면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고 원도심에 정착하는 비율과 원도심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를 넘어 판단의 오류이다.
좋은 교육 환경과 특화된 도시의 매력으로 국도, 철도, 상수도가 없지만 30년 동안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 일본의 히가시카와 마을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신도시와 다름없는 고밀도 도시를 지향하는 현재의 재개발 중심의 구도심 활성화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신도시와 다른 매력을 찾아내는 일과 더불어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도시 계획만큼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수립되었으면 한다. 교육환경 구축 의지가 배제된 현재의 원도심 재개발은 대규모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또 다른 공동화의 우려가 있다,
교육환경은 학교 건물을 세우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회 구성요소와 인프라, 사회 가치관과 철학, 문화 콘텐츠 등이 결합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원도심의 재생은 교육환경 구축에 달려 있다. 원도심 활성화 플랜에 선행하여 교육환경 구축을 위한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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