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국해(國害)’에서 ‘국회(國會)’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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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24. 5.29)
‘국해(國害)’에서 ‘국회(國會)’로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主筆)
30일 출범하는 제22대 국회도 지나간 21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필자가 접한 몇몇 시민들의 전망이다. 오늘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제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헌법 제40조).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동법 제41조). 이러한 국회가 국해(國害)로 변질되는 이유는 국익보다는 불체포특권과 자당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같은 법 제46조에 명문화된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의무 조항을 저버리는 데 있다. 이것이 우리 국회의 현주소라 하겠다.
거대 야당 국회로 출범하는 22대 국회다. 또다시 입법 폭주와 거부권이 반복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겠다. 어느 국가든 나라의 운명이 정치인에 달렸다.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이는 지나간 각 나라의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일부 정치학자들의 진단도 있다.
모두(冒頭)에, 그래도 희망이 보이기에 5월 30일자로 임기를 시작하는 초선 의원들에게 당부한다. 금배지를 달고 첫 국정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리라 생각한다. 부디 국회 입성 초심을 잃지 말고 임기 내내 유시유종(有始有終)의 미덕을 거두기 바란다.
22대 국회가 출범 초기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원 구성을 놓고 여야 간 기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먼 우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 있는 정당명(名)을 살펴보니 국민, 민주, 자유, 한국 등의 단어를 넣어 지은 당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과연 제 이름값을 하는 당이 그 몇이나 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4·10 총선 전후 돌아가는 정국을 목도하자니 말로만 협치(協治)인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사직(社稷)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해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국가 전복 세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정치권 인사들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들리고 목격되고 있다. 하나같이 낯빛들이 곱지 않다. 부드러운 말씨와 시선은 사라지고 적의(敵意) 가득 찬 독기만 뿜어내고들 있다. 이러한 태도와 정신상태로 무슨 국민을 위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키 어렵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은 부실시공 건조물에만 해당하는 용어가 아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네 글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다수 당선자들이 모인 제22대 국회라는 평가다. 이들이 치국(治國)을 한다고 나섰다.
한갓 미물(微物) 중에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날개가 돋아 비상(飛上)하는 곤충도 있다. 이를 우리는 우화(羽化)라 한다. 비상은커녕 제자리도 못 지키고 퇴보만 하는 우리 정치다. 모두가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스스로가 법 어기기를 여반장(如反掌)으로 하기 때문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 내로남불 등 이에 걸맞은 성어는 많다.
깨끗하지 못한 손과 마음으로 만든 제품(法)이 명품일 리 없다. 새 국회에서는 개헌(改憲)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지나간 국회처럼 운용된다면, 법체계상 최상위 법인 헌법마저 무시되는 분위기라면, 개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돼야 하겠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하나같이 ‘지체 높은 신분에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法不加於尊)’하는데 누가 법을 지키겠는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자성(自省)이 요청된다.
"정자(政者)는 정야(正也)"라 했다. 정치는 올바른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바르고 그른 것을 가리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가리며 싸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답다는 말이 있다. 국회는 국회다워야 한다. 모쪼록 내일자로 새로이 출범하는 대한민국 제22대 국회가 진정한 입법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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