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현준(83회)[항동에서]/낡은 조직 문화·불완전 공정논리가 주는 기간제 교원의 절망(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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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24. 2.23)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항동에서] 낡은 조직 문화·불완전 공정논리가 주는 기간제 교원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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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능력주의 사회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권력이 주어진다. 능력주의는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열망이 뜨거운 현대에 공정함을 실현하기 위한 좋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능력주의가 오히려 불평등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오류와 불완전함을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사회구조의 급변 속에서 학급 감축, 학과 개편 등의 난제를 과감하게 시도해 나가고 있다. 130여년 전 우리나라의 근대 교육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는 120년의 변화보다 더 크고 과감하였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학교는 불확실한 미래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간제 교원의 비율을 높여왔다. 학급 감축과, 학과 재구조화를 추진하기 위한 유연성으로 기간제 교원의 비율을 높여온 것이다. 편차가 있지만 기간제 교원의 비율은 30~40%에 이르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기간제교사는 학교와 계약을 통해 정해진 기간 동안 일하는 교사를 의미한다.
최근 기간제 교사의 증가를 두고 교육 공백을 우려하는 기사나 기고문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기사와 기고문에서 기간제교사를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열등한 교사로 보는 편견을 느끼곤 한다. 기간제교사를 향한 편견은 능력주의가 낳은 오류의 결과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장으로서 보는 기간제 교사는 성경에서 언급된 건축자가 버린 돌이 요긴한 머릿돌로 사용되었다는 교훈처럼 학교에서 정교사와 다를 바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간제 교사는 낡은 학교 교원 조직 문화 속에서 거절하지 못하는 약자로서, 다른 하나는 공정함을 위해 만든 '임용 필기시험'이라는 평가 도구의 불완전성으로 역차별을 받는 약자로서 교단에 서 있다.
교원 조직 문화도 개인의 권리가 중시되어가고 있다. 승진 욕구보다 개인의 권리를 누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며, 조직 문화 안에 성장 동기가 약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장·담임교사 등 과도한 업무와 책임이 따르는 직책을 회피하는 조직 문화로 신학년 인사철이 되면 학교는 내홍을 겪기 일쑤이다.
기간제 교사가 그 자리를 메우고 나서야 신학년도 조직이 완성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구조적 불평등한 조직 문화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기간제 교사의 비자발적인 순응으로 조직 경영이 가능한 학교 문화는 가진 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의 칼날인 것이다.
최근 사립학교의 교원 임용에서 1차 시험을 교육청 주관의 필기시험 전형으로 의무화하였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가치를 따라가는 길에서 시도되는 변화이다. 그러나 시험제도의 불완전으로 공정성이 훼손되는 역차별이 있음은 고민해야 할 일이다.
기간제 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얻은 경험의 자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불평등의 역차별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현재의 1차 임용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다. 희망을 가지고 과중한 업무도 순응하며 버텨온 전국의 수많은 기간제 교사에게는 절망스럽고 길을 잃은 심정일 것이다.
기간제 교사는 다양한 학교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는 교단에서 요긴한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경험한 가치도 평가받을 수 있는 전형의 방법으로 개선되어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는 묵은 학교 조직 문화와 불완전한 '임용평가'가 개선되어야 한다.
토머스 칼라일의 “길을 걷다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 말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 말한다”는 말처럼 교단에서 맞닥뜨린 돌들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삼아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교사가 되기를 소원한다.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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