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 천연링크의 후예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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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2.16)
오광철(53회)의 전망차
천연링크의 후예들
오래 전인 1920년대 인천의 스케이트장은 송림동 논바닥이었다. 그곳에서 얼음을 지치던 향토 빙상인의 사진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신태범 박사도 대학시절 겨울방학이면 그곳에서 살다시피한 덕택으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인천한세기’에 적고 있다. 지금의 송림로터리 일대이다. 그 후로도 송림동 인근은 이를테면 천연링크였고, 시가지가 확산되면서 숭의·주안동으로 밀려나갔다.
1960년대에는 도원공설운동장에 수돗물을 받아 얼려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했다. 육상경기 트랙에 모래를 담은 마대로 담을 쌓아 그 안을 수돗물로 얼리면 이 또한 천연링크였다. 이를 흉내내 교정에 얼음을 얼리는 학교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체력을 키웠고 열성 있는 지도자에 의해 빙상경기가 자주 치러졌다. 아직 인천시가 경기도 관내에 속했던 시절 경기도빙상경기라는 이름으로였다. 그러다 날씨가 풀려 얼음이 녹으면 멀리 임진강이나 연천의 한탄강으로 원정하여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 시절 신문사 주최의 경기대회도 있었다. 말이 신문사 주최일 뿐이지 편집국의 몇몇 열성 있는 간부가 지성으로 대회를 이끌어갔다. 그들의 어린 자녀를 선수로 키워 출전시키기까지 했었다. 폐회를 앞두고는 편집국 사무실이 시상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한켠에서는 벼루에 먹을 갈아 상장을 쓰느라, 또 한켠에선 상품을 포장하느라 어수선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열의나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실내 수영장처럼 레저용의 유료 아이스링크는 있을망정 경기를 치를 만한 대형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가 없다. 여러해 전 국고보조가 적어 계획 중인 실내경기장 건립이 백지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과문한 탓일까 후문이 궁금하다. 인천에서 정기 동계스포츠대회가 있는지도 일반인으로는 알 수 없다. 하긴 실내 링크가 사치일 수 있으며, 굳이 실내 경기장이 있어야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성남빙상장에서 있은 동계체육대회에서 인천선수단이 중위권에 머물렀다는 보도이다. 그동안 그들은 어디서 실력을 쌓았는지 그만한 결과를 낸 것이 가상하다. 천연링크의 후예랄까. 몇몇 유망선수의 발굴도 지도자의 노고도 눈물겹다.
입력: 2009-02-15 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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